코로나 사태에서 우리는 인내를 배우는 중입니다. 만날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것은 인내를 요구합니다. 교회에서 이전처럼 모여서 예배드릴 수 없고, 기도할 수 없는 것도 인내를 요구합니다. 세상 사람들도 믿는 사람들도 인내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내하는 중에도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의 인내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베드로전서에서 그리스도인의 인내는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배우고자 합니다.

베드로전서는 로마 전역에서 박해당하는 성도들에게 믿음으로 승리하는 법을 가르치는 성경입니다. 대개 세상에서 인내는 힘이 없는 사람이 부당한 상황을 만났을 때 불가피하게 취하는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민철 형제는 대대장을 참고 있습니다. 대대장이 민철 형제보다 상급자이기 때문에 참아야 합니다. 만일 민철 형제보다 대대장이 아랫사람이라면, 대대장을 구태여 참아줄 필요가 없습니다. 인내의 시간 동안 분명해지는 것은 상대방의 우월한 지위와 자신의 무력함입니다. 상대에게 정당한 방식으로 이의제기를 할 수 없고, 상대방이 나보다 강할 때, 우리는 인내해야만 합니다. 인내에는 연약함이 내재하고, 그 연약함이 굴욕감을 만듭니다.

연약함이 만들어내는 굴욕감은 정체성을 공격합니다. “저런 악한 사람을 견뎌야 하는 모습이 너무 괴롭다. 내가 일을 더 잘했다면, 내가 더 잘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식으로 자신을 괴롭히게 됩니다. 이런 괴롭힘이 심해지면, 정체성이 망가져서 한 인간에게 큰 타격을 입힙니다. 인내는 무력감과 굴욕감을 동반하는 감정이기 때문에 인내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베드로전서에서 가르치는 인내는 무력감과 굴욕감을 동반하는 감정이 아닙니다. 그런 측면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인내와 주도적으로 함께하는 것은 믿음과 소망입니다. 세상이 말하는 인내와 성경이 가르치는 인내가 어디에서 차이가 있는지 두 가지만 살펴봅시다.

첫째, 정체성이 다릅니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너희가 전에는 백성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전에는 긍휼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긍휼을 얻은 자니라”(벧전 2:9-10).

우리는 하나님의 택하신 족속이고, 왕 같은 제사장이고 거룩한 나라이고, 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공격당하고, 비판당할 때에도 우리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우리의 정체성은 사람들이 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못나서 인내한다고 가르치지만, 성경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기 위해서 인내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참으로 고귀하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의 악과 못남을 참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처럼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서 악에 견디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악을 견디는 사람입니다. 동기가 다릅니다.

둘째, 우리는 인내로 승리합니다. 우리에게 하나님이 최종 승리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늘에 오르사 하나님 우편에 계시니 천사들과 권세들과 능력들이 그에게 복종하느니라”(벧전 3:22) 우리는 인내를 통해 박해에서 승리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세상은 힘이 없어서 인내하기 때문에 인내할수록 승리와 멀어집니다. 우리는 존귀한 신분을 가진 채로 인내하기 때문에 인내할수록 승리와 가까워집니다. 우리가 인내 속에서 주님의 형상을 더욱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죄로 물든 인간이 하나님을 닮아갈 수 있는 주된 통로는 인내입니다. 다른 성령의 열매들도 인내 안에서 꽃피기 때문입니다. 죄인들에게 온유하게 대하려면 인내해야 합니다. 죄인들을 사랑하려면 인내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충성하려면 인내해야 합니다. 매 사건마다 정해진 기간이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인내를 배워야 합니다.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고, 반드시 우리를 승리하게 합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세상과 하나님 앞에서 인내하는 것은 참 귀한 일입니다. 인내는 우리를 이전과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하게 합니다. 인내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도하고,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 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