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누구든지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고전 16:22)

바울은 문제 많은 고린도 교회를 향한 편지를 마치면서,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만 읽는다면, 섬뜩한 구절이겠지요? 우리 중에 주님을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저도 때로 제 어리석고 이기적인 행동 앞에서, 과연 제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고백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주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번역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사실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번역 문제라기보다는 전체 성경에 관한 이해가 부족에서 비롯하는 문제입니다. 저주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아나떼마αναθεμα인데, 이 단어는 구약의 헤렘חרם을 번역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헤렘에는 자기 자신을 드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울의 말은 이런 것입니다.

“주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느냐? 그런 자는 자기 자신을 주님께 드려라(헤렘해라).”

즉,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럴수록 자기 자신을 주님께 드리도록 힘쓰라는 이야기입니다. 주님이 곧 오실 텐데,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상태로 주님을 만나서는 곤란하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스스로를 주님께 드리도록 힘쓸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주님께 드리는 시간을 정하고 우선순위를 확정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주님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예배 시간에 관심이 없고, 성경 공부를 하고 싶지 않고, 기도를 모여서 하고 싶지 않고, 교회를 섬기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기에 힘쓰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주님을 사랑합니까? 아니오. 사랑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더라도, 그 사랑은 순식간에 식는 사랑이고, 유혹과 쾌락에 손쉽게 흔들리는 나약한 사랑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님께 자신을 드리기에 힘써야 합니다. 오늘 나의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