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나봇은 이스르엘 사람으로, 아합은 사마리아의 왕으로 소개합니다. 이스르엘과 사마리아는 각기 다른 도시입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나봇은 아합의 백성이 아닌 하나님의 백성이고, 아합은 나봇의 왕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스르엘에 나봇은 포도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포도원은 아합의 이스르엘 별장과 인접해 있었습니다.
“아합이 나봇에게 말하여 이르되 네 포도원이 내 왕궁 곁에 가까이 있으니 내게 주어 채소 밭을 삼게 하라 내가 그 대신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포도원을 네게 줄 것이요 만일 네가 좋게 여기면 그 값을 돈으로 네게 주리라”(2절)
아합은 나봇에게 포도원을 사서 왕궁을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아합은 나봇에게 ‘네 포도원이 내 왕궁 곁에 가까이 있으니 내게 주어 채소밭을 삼게 하라’라고 말합니다. 대신 아합은 나봇에게 그 대가로 더 아름다운 포도원을 주거나 값을 지불하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포도원 주인 나봇은 아합과 달리 율법을 존중하는 사람이었기에 아합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아합은 절대적인 하나님의 말씀이 보호하는 나봇의 포도원을 자신이 왕이라고 할지라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납니다. 아합이 마음이 상하고 화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합은 20장 43절에서 자신이 진멸당하리라는 선지자의 예언을 듣고 “근심하고 답답해”(마음이 상하고 화를 냈습니다)했고, 21장 4절에서 나봇의 말을 듣고 “마음이 상하고 화를” 냅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거나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합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고 화가 나게 합니다.
만일 나의 욕망을 가로막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마음이 상하고 화를 내기만 할뿐,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잘못된 길을 돌이켜 회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합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믿지 않는 사람 만나지 마라,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스펙을 쌓으려 애쓰지 말고 예배를 지키고 교회를 섬겨라, 게으르지 않게 일해라 등과 같은 신앙의 요구 앞에서 순종하기보다는 하나님을 원망하고 화를 내는 사람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사람을 축복할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죄를 짓지 않는 이유는 단지 힘이 없어서이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성공하면, 이 세상은 비참해질 뿐입니다. 마음이 상하고 화를 내기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돌이키는 은혜가 있기를 축복합니다.
아합의 답답한 상황을 해결해주는 사람으로 이세벨이 등장합니다. 4-7절은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아합은 마음이 상해서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고, 이세벨은 밥을 먹으라고 밥을 먹기 싫은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아합은 나봇이 포도원을 팔지 않아서 마음이 상했다고 대답하고, 이세벨은 자신이 나봇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밥을 먹으라고 합니다. 성경은 5절, 7절에서 ‘그의 여자’를 두 번 반복하여 강조합니다. 8절-13절까지 이세벨의 주도 하에 악한 일이 벌어진다고 하여서 아합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이세벨의 악을 방관한 아합의 책임이 더 클지 모릅니다. 아담이 하와가 준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먹었을 때, 아담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후에 이세벨은 아합에게 나봇이 돌에 맞아죽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아합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무슨 일인지 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아합은 나봇이 죽었다 함을 듣고 곧 일어나 이스르엘 사람 나봇의 포도원을 차지하러 그리로 내려갔더라”(왕상 21:16)
아합은 나봇이 죽든 말든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에만 기뻐서 포도원을 차지하러 내려갔습니다. 20장에서 핵심어는 진멸하다(헤렘)였고, 21장에서 핵심어는 포도원(케렘)입니다. 이 두 단어는 거의 발음이 비슷합니다. 아합은 하나님이 진멸하라고 하는 사람은 놓아주고, 포도원을 차지하려고 시도합니다. 그 결과 아합은 결국 진멸될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아합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나봇을 살해하고 포도원을 차지합니다. 나봇은 경제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될 만한 거래를 하나님의 법을 지키기 위해 거부했습니다. 그 결과 나봇은 억울하게 죽습니다. 이 이야기를 잘 생각해봅시다. 하나님의 법을 악용해서 사람을 죽이는 심각한 범죄는 참으로 별 것 아닌 이유들로 발생했습니다. 아합은 단지 왕궁의 정원을 만들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세벨은 아합의 밥을 먹이고 싶었을 뿐입니다. 정원을 가지고 싶은 욕망, 남편이 누워있는 모습이 보기 싫은 사소한 욕망들이 이어집니다. 이세벨은 나봇을 죽이라는 명령을 서슴없이 하고, 나봇의 성 지도자들은 나봇을 전혀 보호해주지 않았고, 권력에 아첨했습니다. 아합은 나봇의 죽음을 전혀 애도하지 않고, 나봇의 포도원을 차지하기에 급급합니다. 북이스라엘은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진 세계입니다. 하나님의 선한 말씀을 버리고, 우상을 숭배한 결과 이스라엘은 애굽처럼 변했고, 자유민은 노예로 전락했습니다. 본문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우상 숭배하는 개인들, 하나님 말씀을 버린 개인들이 모인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우상숭배의 본질은 욕망을 채우는 것이고 편안하게 살고자하는 것입니다. 강자가 욕망을 채우고 편안히 살고자 하면, 당연히 약자들이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상숭배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강자가 마음대로 약자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는 것입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무엇보다도 청년 분들은 믿음으로 살면서 손해를 보아야 한다면, 손해를 보시는 담대함이 있길 축복합니다. 상사가 술 마시라고 한다고 해서 마시지 말고, 상사가 거짓말 하라고 해서 거짓말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봇이 포도원을 지키기 위해서 경제적인 이득을 포기했듯이, 주일을 지키다가, 말씀을 배우다가, 교회 일을 하다가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아야 한다면 손해를 보십시오. 믿음이 없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고민한다면, 그 사람 같은 사람을 두 번 다시 못 만날 것 같아 고민이라면, 보내십시오. 다시 못 만나면 어떻습니까?
아합이 나봇에게 말했다./ 나봇이 아합에게 말했다.
성경에서 이름이 이름에게 말했다는 것은 대등한 관계라는 의미입니다. 히브리어는 누가 말했는지 주어를 쓸 필요가 없는 언어입니다.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말하는 경우에 성경은 누가 말하는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서 나봇이 아합보다 못한 인물일 경우에 성경은 나봇이 아합에게 말했다고 기록하지 않고, “그가 아합에게 말했다”라고 기록합니다. 이름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나봇이 아합에게 말했다고 표현한 이유는 성령께서 독자들에게 나봇이 아합과 비교해서 결코 지위 상 손색이 없는 인물임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후 나봇이 아합에게 패배한 것 같으나, 실제로 나봇은 믿음으로 승리했다고 성경은 평가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나봇을 불쌍하게 여기지 말라고 말합니다. 나봇은 영웅이고, 강합니다. 왕으로서 권세를 휘두르는 아합만큼 강하고, 결국 아합을 이길 만큼 강합니다. 아합이 나봇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나봇이야말로 최후의 승리자입니다. 나봇은 부활하여 영생을 누릴 것이나 아합은 심판을 받고 영벌을 경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명령하는 것은 매우 분명합니다.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그 가운데에서 억울한 일을 경험하더라도, 부활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우리 힘만으로 이런 율법을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묵상해야 합니다. 그곳에 은혜와 능력이 있습니다.
오늘 말씀은 다음으로 마치겠습니다.
“대제사장들과 온 공회가 예수를 죽이려고 그를 칠 거짓 증거를 찾으매 거짓 증인이 많이 왔으나 얻지 못하더니 후에 두 사람이 와서 이르되 이 사람의 말이 내가 하나님의 성전을 헐고 사흘 동안에 지을 수 있다 하더라 하니”(마 26:60-61)
예수 그리스도를 거짓으로 쳐서 죽이기 위해 대제사장들과 온 공회는 증거를 찾습니다. 나봇 때와 마찬가지로 두 거짓 증인이 예수님을 모함합니다. 예수님은 모두 잠잠히 죽음과 고난을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죽음으로 끝나지 아니하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우리에게도 부활이 있고, 이 세상은 결코 끝이 아닙니다. 주님의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셔서 우리에게 부활을 믿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를 믿을 때, 이 땅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영원한 나라에서의 큰 상급을 바라볼 용기가 생깁니다.■
> 예배와 말씀 >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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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상 21장: 나봇 이야기
열왕기상 13장 33절-34절, 기적을 경험하면 믿으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