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구조

1-2절: 인사

3-14절: 바울의 찬송

15-23절: 바울의 기도

에베소서 1장 ‘하나님의 주권과 찬송’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5절)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11절) 바울은 하나님이 우리를 예정하신 덕분에 우리가 구원받았다고 고백합니다. 흥미롭게도 누군가에게 있어서 지독한 시험거리였을 예정론은, 바울에게 있어서 전혀 시험거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바울은 하나님의 예정에 찬송으로 화답합니다.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6절), ‘이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12절).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요?

은혜에 대한 오해 때문입니다. 은혜는 본질적으로 매우 정의로운 개념입니다. 십자가에서 성도의 모든 죄를 예수님이 지고 심판받으셨고, 예수님의 모든 의를 성도가 받게 되었습니다. 십자가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죄를 단 하나도 넘어가지 않으시고, 모두 처벌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심판대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내 것이라 주장하기 때문에 구원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믿음 자체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예수님을 믿음으로 죄사함과 의로움을 받았기에 심판에서 흠 잡힐 것이 없어서 구원받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구원은 매우 의롭고 정의롭게 이루어졌습니다.

예정론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엄청난 죄를 지었기에 형벌을 받아 마땅한 존재라고 이해했습니다. 인간의 악과 거기에 따르는 하나님의 형벌을 고려한다면, 하나님께서 인간 중 일부를 택해서 구원하셨다는 사실은 지극히 은혜롭고 아름다운 사건입니다.

하지만 혹자들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엄청난 죄를 지었고 형벌을 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점은 깡그리 무시하고,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을 구원하지 않으셨다는 사실,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 정의롭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지극히 은혜로운 구원의 방법이 갑작스럽게 은혜롭지 못한 구원의 방법으로 둔갑해버립니다.

애초에 하나님은 사람이 행위를 통해 -정의롭게- 영생을 얻을 수 있도록, 인간을 대표한 인간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담은 실패했습니다. 이제 정의는 아담 안에 속한 인간이 심판당하는 것입니다. 법을 어기면 형벌이 따라오는 것이 정의니까요. 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에게 은혜를 주셔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길을 여셨습니다. 하나님이 누군가를 예정해서 구원받게 하신 것이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었나요?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서 형벌을 받아야 하며 결코 스스로의 힘으로는 구원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는다면, 하나님의 은혜 없이 모두가 구원 받지 못하는 것보다 ‘정의롭지’ 않나요?

하나님이 정의롭지 않다고 투덜대는 분은 ‘이미’ 예정론과 복음을 듣지 않으셨나요? 믿음으로 구원받을 기회를 이미 받으셨지 않나요?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초청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듣지 않아서 거절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정의롭지 않다고 따진다는 것은 아이러니 아닐까요?

바울은 자신의 능력이나 공로로 구원을 받지 않았고, 하나님께서 바울의 모든 죄와 악을 아시면서도 구원하셨다는 사실에 전율했습니다. 바울은 하나님이 어떤 의미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처럼 여겨지기에 전율합니다. “왜 저 사람이 아니라 나인가? 알 수 없다. 그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다!” 인간 측에서 구원을 위해 아무것도 애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큰 걸림돌이 되지만, 바울에게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묵상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바울이 만난 하나님은 구원에 무지하고, 구원을 거부하는 인간을 포기하지 않고, 큰 대가를 치르고 구원하실 정도로 은혜로우신 분이었습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고, 찾지 않는 정도가 너무나 지독해서, 하나님이 예정하지 않으시는 한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수록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하는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구원에 있어서 하나님의 주권이 거대할수록, 하나님에 대한 찬송도 깊어지는 것입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조용히 하나님 앞에 앉아서, 내가 어떻게 주님을 알게 되고, 만났는지를 회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모든 과정에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끝없는 예정하심(간섭)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실 것입니다. 깨달은 자는 바울처럼 하나님을 찬송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