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집회 이후 교회는 상당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적어도 대부분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 사랑제일교회 입장은 전혀 다르지만 -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여러 교회가 전국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렸습니다. 이 때문에 교회는 세상 사람들에게 큰 지탄의 대상이 된 상황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질문하신 분들이 몇 분 계셔서, 제가 따로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는 영상으로 상세하게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대면 예배가 제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된다면, 답변을 영상으로는 못 할 것 같네요~.)

전광훈 목사와는 별개로, 정치적인 현안을 판단하기는 시기상조입니다. 

어떤 분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고도 기독교계를 포함한 보수 우파가 광화문 집회를 강행했고, 그 결과 집회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되었지 않느냐고 비판합니다. 집회 이후 사회는 거리두기 2.5단계에 진입했고, 현재 서민들의 피해는 엄청난 수준입니다. 교회는 피해를 끼친 원흉으로 지목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집회를 강행하게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면서, 정부가 그만큼 국민들과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또한 ‘~교회발’로 명명되는 식의 표현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면서, 정부가 이미 널리 퍼져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교회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밀집한 출근 시간의 대중교통이나, 600만 명이 다녀간 해수욕장에서는 절대 걸리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교회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정치와 관련한 문제들은 예수님을 믿는 성도들 사이에서도 일치된 의견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엇갈린 시선이 교회 안에 분열의 원인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왜 일치된 의견을 가질 수 없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에 사는 인간은 현실의 문제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 많은 국민들이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미국 소고기 먹으면 광우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미국 소고기 수입을 찬성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어떤가요? 사람들이 미국 소고기 잘 먹고 살고 있습니다. 광우병 시위는 다른 정보에 의한 것이 아니라, 틀린 정보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잘못된 정보에 기인해서 사람들이 속은 것이고,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이 때의 광란(狂亂)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역사와 성경은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꼭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가르칩니다. 정치에서는 집단지성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가 먼저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진실하고 공정한 말들이 묻히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치 문제는 시간이 흘러야만 진실이 밝혀지고, 때로는 시간이 가도 진실을 찾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3.15 부정선거로 촉발된 4.19 혁명처럼 당시에 명확하게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정치적인 문제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판단해야 하는 상황과 위치에 있지 않는 이상, 굳이 정치에 대해 열심히 판단을 내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 중에는 정치적으로 빠르게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는 사람이,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자들의 말처럼 정부가 정치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용하는지, 광화문 집회를 통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되었고, 그 주범이 교회가 확실한지 여부는 시간이 더 가야 선명히 밝혀질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교회의 잘못만을 지적하면서 정의롭게 굴 것도 없고, (나중에 ‘~교회발 전염’이라는 표현 자체가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악의적으로 교회를 괴롭힌다고 확신하면서 대정부투쟁을 이어나갈 것도 아닙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에 힘쓰지 못해서, 성도들의 생각 이상으로 교회가 실제로 엄청난 해악을 사회에 끼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교회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일 수도 있습니다.)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디모데전서 2장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디모데전서 2장 1절-2절).

무엇보다도 우리는 정치가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면, 정치가들이 바른 결정을 내려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치가들이 교회를 압박하면, 우리가 경건하게 사는 데 엄청난 방해가 되지 않던가요. 성도의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은 국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도해야 하나요?

“그러므로 각처에서 남자들이 분노와 다툼이 없이 거룩한 손을 들어 기도하기를 원하노라”(디모데전서 2장 8절)

각자의 처소에서 우리는 분노하지 말고, 다툼이 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손을 들어 기도하는 것은 유대인의 전형적인 기도 형태입니다.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분노하고, 다투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회에 예수 중독자가 아니라, 정치 중독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분노하는 만큼, 정치에 중독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정확합니다.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향해서 그렇게 분노하세요? 성도들이 죄에 물들어서 똑바로 살지 않는 모습에 분노하십니까? 교회가 교회답지 못함에 분노하십니까? 분노할 곳에 분노해야 합니다. 성도가 세상사람처럼 분노하고 있으면, 스스로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합니다.) 

설령 정치가 엉망이더라도, 그것의 배후에서 역사를 움직이시는 하나님을 역사의 주관자로 신뢰한다면, 정치적인 문제에 사사건건 분노하면서 의견이 다른 사람과 다툴 필요가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하박국 선지자는 하나님과 남유다를 향한 정치적인 의견이 달랐습니다. 하박국은 타락한 남유다보다 더 악한 바벨론 사람들이 남유다를 심판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나님은 남유다의 심판하는 것이 옳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지자와 하나님 사이에 정치적 입장이 다른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입장 차이는 하박국이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이심을 신뢰함으로써 해소되었습니다.

성도는 예리하게 정국을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으로 정치가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기도하실 때, 분노나 다툼이 없이 권세 잡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