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는 극심한 박해에 직면한 성도들을 위해 기록되었습니다. 박해에 시달리는 자들의 질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진리는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 박해를 견딜 이유가 있는가?” 둘째,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진리가 참으로 가치 있어서 박해를 견딜 이유가 충분하다고 해도, 내게 박해를 이겨낼 힘이 있는가?” 셋째, “만일 박해 앞에서 믿음을 저버린다면, 그 결과는 무엇인가?”

박해를 견딜 만한 이유가 있는지 질문하는 자에게 히브리서는 ‘복음은 참으로 가치 있어서 생명을 걸고 지킬 만한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천사, 모세, 아론보다 더 높으신 영원한 생명의 대제사장이십니다. 예수님은 믿는 자에게 영생을 주십니다. 현생이 제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영생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에게 영생보다 귀한 것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믿음을 지킬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박해를 견딜 만한 힘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자에게 히브리서는 ‘인간의 힘으로는 박해를 이길 수 없지만,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면 박해를 이길 수 있다.’라고 대답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기를 힘입어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들을 온전히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히 7:25). 성도는 박해와 직접적으로 싸우지 않습니다. 박해가 주는 두려움과 걱정, 염려와 온갖 부정적인 마음을 가진 채, 성도는 예수님께 나아갑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박해 속에서 우리를 건지십니다. 믿음을 지킬 용기와 하나님 사랑하는 마음, 거룩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주시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예수님을 믿을 용기가 내게는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그런 용감한 자들이나, 의리 있는 자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때에 맞는 은혜를 주십니다. 죽음 앞에서의 용기, 하나님을 배신하지 않는 의지를 주시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박해 앞에서 믿음을 저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질문하는 자에게 히브리서는 ‘믿음을 저버린 자는 하나님께서 주실 영생을 저버리는 것이고, 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십자가 사건을 듣고 믿는 척을 했으면서, 믿음을 버리고 떠난 자는 하나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다시 못 박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는 “아, 저는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에서 죽으셨어도 싫습니다.”라고 선명하게 고백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진노가 더 크게 임할 수밖에 없습니다.

히브리서 1-10장은 이 세 가지 질문에 내용을 변주해가면서 대답했습니다. 11장에서 히브리서 저자는 극심한 박해에도 믿음을 지킨 구체적인 인물들을 제시합니다. 아브라함, 이삭, 요셉, 모세, 라합 등이 예시됩니다(11-40절). “이론적으로는 생명을 걸고 믿음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는가?”라고 의심을 품는 이들을 위해 “실제로 그런 자들이 적지 않았다!”라고 성경이 대답하는 것입니다.

영생을 바라보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자들이 됩니다(히 10:38). 사탄이 가난과 질병, 죽음 등으로 협박하더라도 하나님의 길을 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공동체가 이런 사람들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얼마 전에 아는 전도사님께서 어려움을 제게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함께 일하시는 부목사님께서 “작은 교회에서 이러고 있지 말고, 전도사님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큰 교회에 가셔서 전임을 하셔야 합니다.”라고 권면을 했습니다. 작은 교회에서 헌신해봐야,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것은 둘째 치고, 큰 교회에서 사역한 분들과의 경쟁에서도 도태되기 때문에 너무나 손해라는 것입니다.

전도사님께서는 자신의 진심어린 사역을 폄하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불쾌감이 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장래가 걱정되면서 우울한 마음도 드셨다고 합니다. “과연 미래에 사역지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입니다. 실제로 부목사님의 말이 틀린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님을 잘 믿자.”라고 전도사님을 위로했습니다. 이 말이 전도사님께 얼마나 허망하게 들릴지 알면서도요.

“잘 믿으세요.”라는 말은 사실 꼭 전도사님께만 드린 말씀이라기보다는 제가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있는 것은 좋지만, 한 해, 한 해가 갈수록,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저의 앞날이 어두워지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꽤나 심각하게 말입니다. 작은 교회에서 열심히 사역하다가 나이 가 차버린 사역자가 부교역자로 갈 곳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자꾸 저를 공격합니다.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해야 해, 보다 지혜롭게 움직여야 해. 넌 결국 별 볼 일 없는 사역자가 될 거야. 먹고 사는 문제조차 네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 말이야. 네 가족들은 너 때문에 가난할 거야. 어떻게 할 거야? 네 미래는?” 이것은 제가 받는 핍박이고, 사탄이 행하는 시험입니다.

이전에 저는 “아냐, 하나님이 내게 그렇게 하실 리 없어. 내 인생은 그렇게 망가지지 않을 거야.”라고 믿었습니다. 어딘가에 하나님께서 좋은 길을 내실 거라고 믿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 “만약, 설령 별 볼 일 없는, 먹고 사는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게 되더라도, 괜찮다. 나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서 이 땅에서 살 거야. 내게는 하나님이 주신 영원한 상급이 있다.”라고 믿습니다. 

이전에는 이 세상의 보이는 것들을 바라는 헛된 희망에 기대는 믿음이었다면, 지금은 체념과 확신, 절망과 영광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믿음입니다. 덕분에 이전과 달리 사탄은 저를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합니다. 망해도 괜찮다는데, 지가 뭘 어쩌겠어요.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에 집중하는 자를 사탄은 이길 수 없습니다. 또한 세상이 감당하지도 못하지요.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성도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살고, 죽으라면 죽는 것이 성공입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는 다릅니다. 우리에게는 영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믿음의 좋은 본이 되면 좋겠고,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믿음의 좋은 본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이런 믿음이 자라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