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갈라디아서 처음부터 5장 12절까지 믿음으로만 의롭게 되는 복음과 율법으로 의롭게 되는 거짓 복음을 예리하게 대조했습니다. 갈라디아서 5장 13절에서부터 끝까지 바울은 성령의 열매와 육신의 일을 대조합니다. 은혜에 머무는 성도 안에서 성령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따라 일하십니다. 은혜로 구원받은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선한 것을 기대하지 않고 주님을 붙잡기 때문에 성령 하나님께서 원하는 만큼 일하실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이들의 삶에 선한 열매를 허락하십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율법과 육신 안에 거하는 성도들에게는 성령 하나님께서 역동적으로 일하실 방법이 없습니다. 율법으로 구원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선한 것을 기대하고 자아를 붙잡기 때문에 성령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만큼 일하실 수가 없습니다. 육신은 이들의 삶에 부끄러운 열매를 맺게 만듭니다. 즉, 바른 믿음은 성령을 일하시게 만들고, 그 결과 삶에는 좋은 열매가 열립니다. 잘못된 믿음은 육신을 일하게 만들고, 그 결과 삶에 육신의 부끄러운 열매가 열립니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이 논리를 역순으로 적용하는 것이 상당히 유익합니다. 우리는 믿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스스로를 반복해서 속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육신의 부끄러운 열매를 맺으면 믿음이 어그러진 것이고, 성령의 열매를 맺으면 믿음이 건강한 것입니다.

6장에서 바울이 제시한 성령을 따르는 삶에는 타인을 재정으로 돕는 특징이 있습니다. 6절-10절에서 바울은 이 특징을 보다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다룹니다.

“가르침을 받는 자는 말씀을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 하라”(갈 6:6)

이 구절은 한글성경만 읽으면 상당히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직역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누군가 이 구절로 여러분들에게 헌신을 강요하면 곤란합니다. 정확히 알아둡시다. 먼저, 말씀은 τὸν λόγον으로 ‘그 말씀’이라는 의미입니다. 성경에서 ‘그 말씀’은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복음’을 의미합니다.

다음으로 ‘좋은 것’은 누가복음에서 삶에 필요한 물건이라는 용례를 가집니다. 확인해봅시다.

“또 이르되 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좋은 것)을 거기 쌓아 두리라”(눅 12:18)에서 ‘물건’으로 번역한 단어가 ‘좋은 것’이라는 단어입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하라’라는 단어는 ‘너그러운 기부’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이 구절을 원어의 의미를 살리면, 다음처럼 번역할 수 있습니다.

“가르침을 받는 자는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복음을 전하는 자에게 삶에 필요한 물건을 너그럽게 기부하라.”(갈 6:6, 사역)

지금도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들이 넉넉한 형편은 아닙니다만, 2,000년 전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습니다. 그들은 삶에 필요한 물건을 마련하기가 참 어려웠고, 생활고를 겪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바울은 성도들에게 복음을 가르치는 사역자를 위해 재정을 지원하라고 권면합니다. 여기서 κοινωνείτω는 κοινωνέω 현재 분사의 명령 형태입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삶에는 늘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본문을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본문이 성도들에게 십일조 생활에 대한 성실함을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성도들이 헌금한 십일조가 교회의 재정이 되고, 교회의 재정에서 사역자의 사례비가 책정되기 때문입니다. 느헤미야를 보면, 레위인들이 하나님 전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돌보는 일을 감당하지 않고, 밭에서 일을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왜요?

“내가 또 알아본즉 레위 사람들이 받을 몫을 주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직무를 행하는 레위 사람들과 노래하는 자들이 각각 자기 밭으로 도망하였기로”(느 13:10)

하나님의 백성들이 레위 사람들의 삶을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여러분들이 십일조를 불성실하게 행하고, 그 결과 교회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면, 교회는 사역자의 생계를 책임질 만큼의 사례비를 책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사역자가 오지 않거나, 기껏 오더라도 이중직을 하시는 분들이 오실 것입니다. 레위 사람들이 밭에서 일도 하고, 성전에서 하나님 일도 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목사들이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 교회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자비량으로 사역하는 것이 멋지지 않느냐고 질문합니다. 바울처럼 말입니다. 몇 가지 오해가 있습니다. 일단 바울도 빌립보 교회에게 헌금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로마서에서 바울은 서바나로 가기 위해서 로마 교회에게 헌금지원을 요청합니다. 그러니 바울이 완전히 자비량 선교사였고, 교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식의 이해는 옳지 않습니다. 또한 바울이 처한 상황은 오늘날 사역자들이 처한 상황과 많이 다릅니다. 그는 회심하기 전까지 성경지식을 엄청나게 쌓은 사람이고, 선교사입니다. 선교사란 옮겨 다니는 사역자라는 의미입니다. 바울은 길어야 3년 정도 사역을 합니다. 애초에 준비할 말씀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 가서는 전에 전했던 복음을 다시 전하면 됩니다. 바울이 고린도에서 행한 천막 만드는 일은 그에게 노동 시간에 비해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게 해준 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혼자 살았다는 점도 잊지 맙시다. 그러니까 바울을 들고 와서 이중직을 옹호하는 행위는 하지 맙시다. 불가피하게 이중직을 하면 모르되, 결코 추천해서는 안 됩니다. 사역자의 일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성실하게 잘 해내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분들은 사역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말씀을 전하고 사라지니까 사역자가 힘든 일을 한다는 느낌이 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씀을 읽고, 준비하고, 기도하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설교할 수 있을까요? 이중직을 감당하면서, 경험한 삶의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설교에 녹일 수는 있겠지만, 성경 본문이 참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성경 본문과 성경 본문이 연결되면서, 성경 전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드러내는 설교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 했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두서없이 할 것이고, 이것이 누적되면 결국 여러분들에게 손해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히려 사도들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말씀에 전념하길 택했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힘쓰리라 하니”(행 6:4)

앞으로 어떤 교회가 살아남을까요? 말씀의 전문성을 갖춘 사역자가 해당 교회에 있는지 없는지 여부가 정말로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제는 말씀이 영상으로 모두 공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는 좋은 말씀과 가르침이 없으면 전도도 안 되고, 양육도 안 되고, 선교도 안 됩니다. 좋은 말씀과 가르침에 전념하는 사람은 교회에서 정말 중요합니다. 교회에서 가장 공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설교자이며, 그 설교자가 얼마나 말씀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교회 성도들이 받는 유익은 천차만별입니다. 강단에서 선포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여러분의 믿음의 형태를 결정합니다. 말씀을 듣고 바르게 반응하는지 여부는 청중들 개개인이 결정할 일이지만, 일단 정확한 말씀이 선포되지 않으면 바르게 반응해도 큰 의미가 없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하나님의 일을 전진시키는 측면에서 설교자는 가장 본질적인 영역을 담당합니다. 이를 고려하면, 좋은 설교자에게 투자하는 것은 단지 그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바울의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은혜로 구원받은 사람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전진시키는 데에 있어서 사역자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구절을 단순히 사역자를 섬기기 위해 헌금을 하라기보다는 하나님의 일을 전진시켜 나가기 위해 재정을 사용하라는 의미로 이해합시다.

재정을 사용해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것과 관련해서 우리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는 돈 문제에 있어서 스스로를 속이곤 합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7)

“이번 달에는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서 지출이 많았고,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수입은 줄었어. 그러니 이번 달에는 십일조 생활을 하기 어렵겠다. 내가 이런 판단을 할 줄 알면서도, 돈을 풍성하게 허락하지 않은 하나님 탓이지 뭐.”라거나 “십일조를 내면 뭐해? 어차피 타락한 교회가 이상한 데 돈을 다 쓰는데, 정말 필요한 곳에 교회가 돈을 쓰고 있는 건가? 난 내 방식대로 한다.”, “하나님의 일은 어차피 돈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내 돈까지 필요할까?”라는 식입니다. 혹은 “저 사람은 도와줄 필요가 없어. 저 사람 그렇게 가난하지 않아. 어차피 굶어죽는 건 아니잖아?” “아, 내가 돈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도 저 지체를 도와주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번 달에는 지출이 많네.” 그런 식으로 우리는 늘 십일조를 드리지 않거나 타인을 돕지 않을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하나님은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며”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라고 대답하십니다.

스스로를 속이는 것은 하나님을 업신여기는 태도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헌금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돈을 하나님보다 사랑한다는 현실적인 증거입니다. 우리가 십일조를 하지 못하게 하는 많은 현실적인 이유가 우리를 사랑하셔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을 섬기는 것, 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인가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것을 업신여김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다음으로 하나님은 “사람이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7하반절-8절)라고 말씀하십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어디에 돈을 쓰는지에 따라서 육체의 열매를 맺든지, 성령의 열매를 맺든지 할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헌금 생활과 신앙 생활을 분리해서 이해하곤 합니다. 헌금 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신앙 생활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그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재정의 문제에서 순종하지 않고, 자신을 속이며, 하나님을 업신여긴다면, 과연 그 사람의 인격에 성령의 열매가 열릴 수 있을까요?

말씀은 성령을 위해서 심어야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얻는다고 기록합니다. 문맥상 이 구절은 재정에 관한 이야기가 분명하므로, 재정을 어디에 사용하는지에 따라 맺는 열매가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육신을 위해서 재정을 심는 사람, 하나님께 드리지 않는 사람은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생각해보시면, 현실에서 가장 강력한 힘인 돈의 영역에서 순종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하나님을 위해 살 수 있을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 사람은 자아를 위해 사는 것이고, 자아를 위해 사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육신의 열매를 맺게 되어 있습니다.

둘째, 우리 헌금생활을 막아서는 또 하나의 장애물은 낙심입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헌금생활은 헌금을 한 것뿐만 아니라, 헌금이 잘 사용되고 있는 것까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구제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낙심과 포기에 있습니다. 기껏 우리가 마음을 내서 타인을 돕는데, 타인이 생각보다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감사도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헌금하고, 구제했는데 내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마음이 어려워지니까 하나님과의 관계도 즐겁지가 않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는데, 애초에 믿음 안에서 잘 훈련된 사람은 재정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믿음이 좋으면 부자가 되고, 잘 산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타인의 후원과 도움을 기대하는 삶을 사는 경우는 매우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믿음이 연약하고, 성품이 훈련되지 않은 경우에 재정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현실에서 누군가를 도우려고 하면, 돕지 말아야할 이유들도 눈에 많이 보입니다. “저 사람 잘못인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이기고, 도와주어도 사람이 잘 변하지 않습니다. 돕는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다음처럼 말씀합니다.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신 15:11하반절)

우리는 옆 사람의 성품과 상황을 고려하면 못 돕습니다. 곤란함과 궁핍함만 보고 도와야 도울 수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 가출청소년보호소에서 지낸 기간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다고 말하는 한 청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어디로 갔는지 안 계시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이고, 동생은 정신적으로 질병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회에서 이 청년을 계속 돕습니다. 문제는 이 청년이 변하질 않는 것입니다. 믿음도 건강하지 않고, 삶도 온전하지 않고, 성실하지 않고, 계속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속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청년을 도우면서 교회가 얼마나 낙심이 되겠습니까? 그럼에도 교회는 늘 이 청년을 지속적으로 도왔습니다. 결국 이 청년은 과외도 받고,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은혜가 있어야 하겠지만요. 저는 교회가 지속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이 청년을 도왔기 때문에 이 청년의 삶이 이 정도까지 전진했다고 생각합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생각해보면 하나님이 우리를 대하실 때 오래 참고 낙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주셨을 때, 우리가 즉각적으로 하나님께 반응했습니까? 하나님의 크신 은혜에 우리는 하나님에게 그 어떤 실망도 안겨드리지 않고 성실하게 반응했습니까? 아닙니다. 우리의 방관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를 언제나 성실하게 사랑하셨습니다. 우리가 도움을 준 사람 역시 하나님의 때에 열매 맺게 하실 것입니다. 누군가를 도울 때 그 사람의 열매 없음, 혹은 연약함을 보고 낙심하지 말고, 포기하지 맙시다. 우리는 주님께 받은 사랑에 힘입어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지 사람에게 적선하듯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이 열매 맺게 하실 것을 믿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헌금생활을 할 때, 헌금의 우선순위를 잘 지켜야 합니다. 이 부분을 많은 분들이 간과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갈 6:10)

우리가 재정을 사용하는 순서는 교회-믿음의 가정-모든 이여야 합니다. 왜요? 우리는 재정을 통해 단순히 착한 일, 선행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재정을 사용해서 하나님의 일을 하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우선순위를 지켜서 재정을 사용해야 합니다. 최근 30-40대 성도님들 중에는 ‘교회에 절반-바깥에 절반’ 이런 식으로 헌금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하실까요? 뭐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요?

저는 돈을 사랑하는 욕망과 자기의를 쌓으려는 욕망이 결합된 형태가 반반 헌금, 혹은 우선순위가 망가진 헌금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디에 정기 후원을 한다고 하면 ‘우와! 좋은 일하시네요.’라고 반응합니다. 그다음으로 믿음의 가정을 돕는다고 하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라고 반응합니다. 하지만 십일조를 한다고 하면 ‘??? 광신도인가요? 그거 왜 합니까?’라고 반응합니다. 교회에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주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부금 취급을 받지는 못합니다. 뭔가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하다는 느낌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역순으로 자기의가 세워집니다. 자기의를 세우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말은 현실적으로 그런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십일조를 온전하게 하고, 바깥에 도울 사람을 잘 도우면 괜찮은데, 그렇게 하기에는 돈을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아예 순종하지 않기는 싫고, 자기의도 포기할 수 없고, 돈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런 형태의 헌금생활을 합니다. 옳지 않습니다.

이와 별개로 섬기는 교회는 이곳인데, 저쪽에 선교사님께 십일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선교사님을 개인적으로 돕고 싶으면, 섬기는 교회에 십일조를 하고, 선교사님께도 십일조를 하면 되지 않습니까? 질서를 지켜서 정직하고 정확하게 하십시오. 정 선교사님을 돕고 싶으면 교회를 잘 섬겨서 집사가 되고, 집사가 되어서 교회의 재정을 바깥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 바른 방법입니다. 애매한 형태로 순종하면서, ‘나는 십일조를 하고 있어!’라고 하지 맙시다. 질서에 맞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저희는 헌금생활을 막는 세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첫째, 자신을 속임, 둘째, 낙심과 포기, 셋째, 잘못된 우선순위입니다. 이 세 가지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지금 제가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단지 십일조를 해야 한다, 옆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볼 것이 아니라, 행동 밑에 깔린 의도와 태도를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나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고, 나는 하나님에게 오직 은혜로 구원받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돈을 섬기지 않고, 하나님을 섬긴다! 나는 나를 위해 살지 않고, 하나님을 위해 산다.”라는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그 믿음이 현실에서 어떻게 발휘되는가? 재정의 영역에서 그 믿음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단순히 십일조를 외형적으로 하면 충분하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헌금 생활을 외형적으로 잘하면서도, 얼마든지 속으로 자기의를 쌓고, 돈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단순히 십일조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를 다루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헌금 생활을 온전히 하지 않는 행위 자체를 회개하기도 해야겠지만, 그보다 하나님이 베푸신 큰 사랑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아니라 돈을 섬기는 나 자신, 십자가에서 모든 것을 주신 예수님을 업신여기는 태도를 회개해야 합니다. 성경은 우리 삶에서 발생하는 돈 문제를 경건의 신호등으로 활용하기를 원합니다. 만일 재정 문제에 있어서 돈이 늘 아까워서, 다양한 이유로 자신을 속인다면, 지금 내가 정말 섬기는 것이 하나님이 아니라 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신 그 사랑을 무시하는 태도를 회개하길 원하시는 것입니다. 종종 타인을 돕고 금방 낙심한다면, 나를 사랑하셔서 십자가를 지셨음에도 오랜 시간 나를 기다리신 하나님을 기억하길 바라십니다. 타인을 도우면서 나의 이름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면, 겸손히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기억하면서 그 욕망을 이기길 바라시는 것입니다.

저는 단순히 우리가 십일조를 하면서 “나는 하나님께 잘하고 있어.”라고 생각하길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런 식의 접근은 바리새인들의 접근입니다. 제가 정말 전하고 싶은 것, 성경이 정말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삶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주제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삶의 주인으로 모신다면, 돈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분명한 질서와 우선순위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에게 십자가의 은혜에 잠기는 역사가 있기를 축복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