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함(1:39-45)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보고 “내 주의 어머니가 내게 나아온다”라고 말합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이름이나 아는 처녀, 젊은 여성 등으로 지칭하지 않습니다. 엘리사벳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중심으로 마리아의 정체성을 규정합니다. 우리는 공동체 지체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합니까? 세상적인 조건을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나요? 아니면, 하나님의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나요?

마리아의 찬가(1:46-56)

마리아는 이스라엘이 포로 상태에서 해방되는 미래를 노래합니다. 이 기대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자손에게 주신 약속에 근거를 둡니다.

마리아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비천함을 돌보셨다고 노래합니다(48절). 비천함은 이사야 40:2의 ‘그녀의 비참한 상태’와 사도행전 8:33에 인용된 이사야 53:8의 ‘비참함 속에서’를 연상시키는 단어입니다. 모두 심각한 고난을 의미합니다. 마리아는 주권을 잃은 이스라엘의 비참한 상태를 염두에 두고, 이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마리아는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하다고 노래합니다(49절).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하다는 것은 시편에서 지존하다라는 것과 유사하게 사용됩니다. 시편 99:1-3, 시편 111:9 등에서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하다는 것은 곧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는 의미입니다.

마리아는 하나님의 긍휼하심이 두려워하는 자에게 대대로 이른다고 노래합니다(50절). 여기서 두려워하는 자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들, 경외하는 자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의 반대에는 누가 있을까요? 교만한 자들이 있습니다(51절). 하나님은 이들을 그의 팔로 흩으실 것입니다. 마리아는 일차적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를 이스라엘로, 교만한 자를 로마라고 생각하며 노래합니다. 마리아는 제2의 바벨론인 로마를 하나님께서 낮추시리라고 기대합니다. 뒤에서도 이런 대조가 이어집니다. 권세 있는 자는 로마, 비천한 자는 이스라엘입니다. 53절에서 부자는 로마, 주리는 자는 이스라엘입니다.

54절에서 마리아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긍휼히 여기시고 기억하시되라고 노래합니다. 기억의 결과는 55절에서 하나님이 약속을 지키시는 것입니다. 약속이란 무엇일까요? 다음 글을 한 번 살펴봅시다.

“약속은 미래의 자기에게 속한 시간과 재화를 상대방에게 내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축소시킨다. 약속하는 자는 미래의 상황을 전제하지 않은 채 시간을 앞당겨 선택을 함으로써 미래에 나타날 특정 상황 속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더 효율적이거나 더 이로운 판단을 포기한다. 말하자면 약속은 자발적인 부자유 선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속은 부자유한 상태에서는 할 수 없다. 내놓을 자유, 포기할 가능성을 갖추지 않은 사람의 약속은, 비록 약속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해도, 명령에 대한 순종일 뿐이다.

... 명령에 순종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동이지만 여호와의 약속을 획득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여호와의 자발적인 부자유를 이끌어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약속하는 이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가 된다. 명령하는 여호와는 약속함으로써 자신에게 순종의 역할을 부여한다.“ 이승우, 야곱의 사다리, '사랑이 한 일', 204-205.

하나님께서는 우리에 대하여 결코 자유롭지 않으십니다. 특히 우리가 하나님께 약속을 지켜달라고 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하나님을 향해 약속을 주장하고 있습니까? 마리아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을 붙잡고 자비를 간구했습니다. 우리는 각자 어떤 약속을 어떻게 붙잡고 자비를 간구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