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서는 교리를 조직적으로 다루는 성경이라기보다는 실제 삶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성경입니다. 1장에서 유혹에서 승리하는 법을 가르치고, 2장에서 사람들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3장에서 ‘말’을 조심하라고 가르칩니다. 유혹, 차별, 말을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야고보서 3장 8절) 경건한 사람이라고 해서 혀를 쉽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경험해보셨을 텐데요. 아무리 은혜를 받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더라도, 이상하리만큼 혀를 원하는 만큼 길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오늘부터는 말을 조심해야겠다!”라고 결심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함께 불평을 하거나, 비난과 비판을 서슴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정도가 심해지면, 욕설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혼자만의 결심으로 언어생활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는 말은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구라는 것에 있습니다. 바로 옆의 사람이 큰 분노와 원망을 토로하는데, 혼자서 신선처럼 굴기란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혀를 길들이기 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에게는 신대원에 있을 때가 참 언어가 많이 망가졌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신대원이라고 해서 꽤나 거룩하고 아름다운 곳이리라 예상했었습니다. 막상 가보니, 총장은 불의로 얼룩진 인물이었고, 그 사람에게 부역하는 교수들과 침묵하면서 나 몰라라 하는 교수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식사는 비싸고, 예배는 엉망이고, 수업의 질은 현저히 낮고, 기숙사는 환기가 안 돼서(전부 제 기준이었지만) 살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겨우 불평을 참고 살려고 마음을 잡고 있다가도, 전도사님들과 대화하면, 불평과 원망이 자연스럽게 나오곤 했습니다. “식사가 왜 이러냐... 채플 강사는 설교 똑바로 할 것이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냐... 수업에서 저런 이야기는 왜 하는 거냐... 기숙사는 사람 살라고 지어 놓은 것이냐...” 저는 불평을 참 많이도 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신대원 시절은 여러모로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모르니까 갔었던 것이죠. ㅎㅎ.)

야고보는 “한 입에서 찬송과 저주가 나오는도다 내 형제들아 이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니라”(야고보서 3장 10절)라고 이런 자들을 언어생활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찬송과 저주가 한 입에서 공존하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마땅하지 않다는 표현을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고귀한 신분과 천박한 언어 사용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지극히 높은 신분과 욕설이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언어습관의 문제는 결국 정체성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의 언어가 더 거룩하고 경건해지길 축복합니다. 저는 신대원을 졸업하고 나서는 사람을 선택해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참 마음에 듭니다. 불평하는 사람들과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자기의에 심취해서 남들을 깎아 내리는 사람과 대화하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불평하는 사람. 자기의에 취한 사람, 믿음 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 저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예리하고 옳은 말에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사하는 사람들, 힘이 되는 사람들, 겸손하고 착한 사람과만 말을 해도 된다는 것이 좋습니다. 찬송하는 입으로, 찬송만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직장에서는 사람을 선택해 교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경건한 삶을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사적인 삶에서만큼은 교제하는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말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옆에 누가 있는지가 언어습관을 결정하는 참으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적절하게 끊어내는 것이 지혜입니다.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사람을 옆에 두십시오. (또한 그런 겸손한 사람이 공동체에 많아서, 자연스럽게 공동체 사람과 사적인 교제를 풍성하게 누리게 되길 축복합니다.) 그것이 혀를 효과적으로 길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