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드온이 숙곳 사람들에게 이르러 말하되 너희가 전에 나를 희롱하여 이르기를 세바와 살문나의 손이 지금 네 손 안에 있다는거냐 어찌 우리가 네 피곤한 사람들에게 떡을 주겠느냐 한 그 세바와 살문나를 보라 하고”(삿 8:15)

기드온과 삼백 용사는 미디안의 왕들을 추격합니다. 추격은 매우 피곤했습니다. 추격 중에 기드온은 숙곳와 브누엘을 지납니다. 이곳에서 기드온은 자신들이 미디안 왕들을 추격 중이니 먹을 것을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자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은 기드온에게 떡덩이를 주는 것을 거절합니다.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은 지금은 미디안 왕들이 퇴각했지만, 곧 미디안 왕들이 다시 보복해올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세바와 살문나는 아직 만 오천 명 정도의 병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10절). 미디안 왕들이 결정적인 패배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아직도 강하고 기드온은 연약해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기드온이 아니라 미디안 왕들을 지지합니다. 수치를 당한 기드온은 숙곳 사람들과 브누엘 사람들에게 미디안 왕들을 잡은 후에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저주합니다. 기드온은 하나님의 은혜로 세바와 살문나를 포획합니다. 돌아오는 길에서 기드온은 숙곳과 브누엘을 저주한 그대로 심판합니다.

본문에서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편에 서지 않았습니다. 기드온의 요청을 거절함으로써 그들은 미디안 왕을 돕습니다.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이 하나님이 아니라 미디안 왕들의 도주를 도운 이유는 그들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하나님과 그들 사이에 맺은 언약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들에게 당장 유익하다고 여겨지는 편을 선택합니다. 한마디로, 기회주의자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신 이후 원수 마귀는 결정적인 권세를 잃어버렸습니다. 패잔병이긴 하지만 마귀는 우리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마귀는 아직도 15,000명의 병사를 거느린 미디안 왕들처럼 강합니다. 한편, 예수님께서는 이미 완전하게 승리하셨지만, 또한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건설해가고 계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땅에서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시는 과정은 미약해보입니다. 별로 멋져 보이지 않습니다. 미디안 왕들처럼 기드온이 강해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 내게 별로 도움되는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세상이냐?, 하나님이냐?’라고 질문하시고, 하나님 나라를 위한 사역에 동참하라고 도와달라고 요청하십니다.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이 기드온의 물음 앞에 섰듯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회주의자처럼 내 눈에 유익하고 멋진 세상을 선택할 수도 있고, 언약주의자처럼 하나님 눈에 선한 것들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택은 자유지만, 선택에는 결과가 따릅니다. 하나님을 택한 사람들은 결국에 큰 은혜와 유익을 누리겠지만, 세상을 택한 사람들은 심판을 경험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 저에게는 인도에서 사역하시는 외국 선교사님께 연락이 왔었습니다. 인도가 코로나로 인해 어렵다는 소식과 자신의 아버님께서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마치 숙곳 사람들에게 기드온이 급작스럽게 들이닥쳤던 것처럼, 저에게도 그런 소식이 온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듣고 기도만 하고 있었습니다.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처럼 굴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돕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몇 만원이라도... 얼마 안 되지만 송금을 해야겠습니다. 우리에게 갑자기 닥쳐와 도움을 요청하는 하나님 나라의 요청을 무시하지 않는 은혜가 있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