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로마서 6:14절에서 “죄가 너희를 주장하지 못하리니 너희가 법 아래에 있지 아니하고 은혜 아래에 있음이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전에 죄는 사람을 다스렸지만, 이제는 성도를 다스릴 수 없습니다. 죄는 법 아래에 거하는 사람을 다스리지만, 은혜 아래에 거하는 사람을 다스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신앙생활이 어렵고 힘든 이유는 죄에 의지력으로만 저항하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싸우다보면 이길 수 있을 거야.”라는 식입니다. 하지만 죄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 모든 차원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는 의지력으로 통제 가능한 차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의지력이 가닿을 수 없는 차원들도 많습니다. 의지력만 가지고 죄와 싸우려고 애쓰는 모습은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처럼 무모한 것입니다. 무자비한 죄에 승리를 거두려면, 율법 아래에 거하는 삶과 은혜 아래에 거하는 삶이 무엇인지부터 배워야 합니다. 선하고 견고한 의지력 역시도 은혜 아래에 거하는 삶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서 저희는 죄가 율법을 이용해서 사람을 사로잡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누군가 율법에 대해서 살아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은 자기의를 기반으로 하나님과 관계 맺는 모습을 나타내게 됩니다. 만일 우리가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의가 아니라, 변하는 인간의 의를 근거로 하나님과 이웃과 관계 맺으면 삶에 어떤 열매가 맺힐까요?

하나님을 향해서는 보상과 정죄를 함께 경험합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율법을 지킨다고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율법을 완전히 지키지 못한 만큼의 정죄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웃을 향해서는 교만한 감정과 열등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자기보다 못나 보이는 사람을 바라볼 때는 교만하고, 자기보다 나은 듯한 사람을 바라볼 때는 열등감을 느낍니다. 감정의 요동을 따라서 신앙생활도 요동치게 됩니다. 열심일 때는 지독한 열심을 부리고, 슬럼프에 빠지면 도무지 일어나질 못합니다.

자기의를 붙잡고 사는 삶과 달리 은혜 아래 거하는 삶은 하나님의 의를 붙잡고 하나님과 관계 맺는 삶입니다. 우리는 율법에 대하여 죽고, 하나님을 향해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인간의 의가 아니라 영원하고 완전하신 하나님의 의를 붙잡고 살아갑니다. 하나님은 나를 정죄하지 않으실 뿐만 아니라, 나의 죄와 연약함을 전부 아시면서도 ‘일관성’ 있게 나를 사랑하십니다. 세상은 우리를 여러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면서 정체성을 난도질하기 십상입니다. 언제나 세상 앞에서 부족하고 못난, 초라한 자아만 남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평가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존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부르셨습니다.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는 존귀하고 아름다운 자아가 회복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자아가 회복되는 것을 누리면, 삶에서 성령 하나님이 주시는 열매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납니다. 그것들은 내가 힘을 다해 노력할 때는 결코 맺을 수 없었던 열매들입니다.

하나님의 의를 굳게 붙잡을수록 하나님을 향해서 가졌던 보상과 정죄와 이웃에게 느꼈던 교만함과 열등감이 사라집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죄인일 때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으심으로 나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확증하셨다면, 하나님께서 이제 믿음의 자녀가 된 나를 향해서 그 어떤 좋은 것을 은혜로 주시지 않겠습니까? 가장 큰 선물인 구원이 은혜로 받았다면, 그보다 작은 선물들을 내 노력으로 받아야 하겠습니까? 하나님의 모든 선물들은 은혜로 주어지고, 믿음으로 감사하며 받습니다. 율법의 시스템 아래에서 만들어진 보상과 정죄라는 감정이 사라지고, 은혜의 시스템에서는 은혜와 믿음, 감사라는 정서가 자라납니다.

이웃에게도 교만함과 열등감을 가지지 않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나같이 악하고 연약한 사람을 은혜로 받아주셨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나보다 믿음이 어리고 연약해서 악을 쉽게 저지르는 지체들을 향해서 인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행위에 근거해서 사랑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나보다 믿음이 좋고, 더 훌륭해 보이는 지체들을 향해서 질투하거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율법의 시스템 아래에서 만들어진 교만함과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사라지고, 은혜의 시스템에서는 오래 참음과 사랑, 사람을 세우는 마음이 자라납니다.

은혜는 인간이 그토록 바라는 내면의 자유와 견고한 평강을 줍니다. 율법 아래에서는 율법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나’라는 사람이 중요했습니다. 내가 간음했는가? 내가 도둑질했는가? 내가 하나님만 섬겼는가? 내가 탐심을 부렸는가? “내가 이러저런 행동을 했다면, 하나님이 축복하실 리가 없어!” “내가 이러저런 행동을 했는데, 하나님이 날 봐주지 않으시는 이유가 무엇이지?” 언제나 ‘I'가 중요합니다. 모든 관심이 자신을 향해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은혜 아래에서는 주님께서 율법의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셨기 때문에 이제는 ‘나’라는 사람보다 ‘예수 그리스도’가 중요합니다. 예수님이 거룩하신가? 예수님이 하나님만 섬기셨는가? 예수님이 사랑을 베푸셨는가? “예수님이 완전하게 거룩하시다면, 하나님이 예수 안에 있는 나를 축복하시겠구나. 예수님이 의로우신 덕분에 지금 나는 하나님의 큰 보살핌 안에 있겠구나. 잠시 지금 어렵더라도,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으시니까, 나는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견뎌야겠어!” 은혜의 시스템에서는 내가 중요하지 않고, 언제나 ‘Jesus Christ’만 중요합니다. 예수님만 모든 영광을 받으십니다. 모든 관심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시스템 아래에서는 점진적으로 내가 사라지고 그리스도만 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를 생각하고, 그분을 높일 때, 우리는 자유와 평강을 얻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어떤 죄나 흠을 찾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나는 “내가 이 죄를 지은 것은 맞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은 죄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변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죄책감에서 자유를 얻습니다. 나를 위해 자기 자신을 버리시는 예수님이 내 삶을 통치한다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습니다. 내가 내 삶을 통치할 때보다 훨씬 낫습니다. 평강합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은혜 안에 거하기에 힘쓰십시오. 우리 삶이 빠르고, 큰 폭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1. 로마서 8장은 은혜 안에 거하는 삶을 가르칩니다. 당신은 은혜의 시스템에서만 자라나는 성령의 열매들을 풍성하게 맺고 있습니까? 혹시 그렇지 않다면, 성령께서 내 삶에 풍성하게 주시고 싶어하는 열매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감사, 믿음, 사랑, 오래 참음, 사람을 세움)

2. 이 글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