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스 즉위 이후 일부 유다 백성은 바벨론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예루살렘은 폐허였습니다. 이제 예루살렘에는 아름다웠던 솔로몬 성전도, 견고했던 성벽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유다 백성은 하나님께서 주신 땅에서 마음껏 예배하려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유다 백성은 예배를 온전히 드리기는커녕 안전한 삶도 건사하기 어려웠습니다. 유다 백성은 가혹한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성전을 건설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이방 족속은 성전 건설을 방해합니다. 결국 방해에 이기지 못해서 유다 백성은 성전 건설을 중지합니다.

세상이 주는 안정된 삶과 친밀한 관계를 뒤로 하고, 믿음의 삶을 살려고 애써보셨습니까? 믿음으로 살기 시작하면 하나님이 복을 부어주시는 아름다운 현실이 펼쳐져야 할 것 같은데, 믿음으로 살기 시작하면 가혹한 현실이 펼쳐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가혹한 현실이란, 만족스럽게 기능하지 못하는 공동체, 불만족스러운 예배, 거기에 더해지는 불안한 삶과 같은 것입니다. 이런 현실을 바꿔보겠다고 믿음의 투쟁을 해보지만, 이런저런 방해 속에서 믿음은 좌절되고, 공동체는 변하지 않고, 예배는 힘없이 제자리에 맴돌고, 현실은 더욱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유다 백성이 성전 건설을 중지한 이유가 이방 족속의 방해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유다 백성에게 스룹바벨 성전이 초라해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솔로몬 성전에 비해서 스룹바벨 성전은 너무 초라했습니다. “이것이 너희 눈에 보잘것없지 아니하냐”(학 2:3하반절) 주위의 방해가 극심해도, 대단한 성전을 짓고 있다면, “대단한 성전을 짓고 있으니까, 나는 지금 위대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방해는 당연한 거야!”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극심한 방해를 견디면서 기껏 초라한 성전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도무지 성전을 짓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이렇게 힘들면서 이까짓 성전을 지어서 무엇해?”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유대 백성이 낙심했던 것처럼 우리를 가장 낙심하게 만드는 것은 ‘초라함’일지 모릅니다. “이까짓 신앙생활, 이까짓 공동체, 열심히 해서 뭐해. 어려움만 가득하지!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낙심한 유다 백성은 성전 건축을 포기하고 자신의 삶만 돌보게 되었습니다. 신앙생활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도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고, 공동체를 포기하고 자신의 삶만 챙기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학개는 이런 유다 백성에게 포기하지 말고 성전을 건축하라고 권면합니다. 학개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포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호와가 이르노라 스룹바벨아 스스로 굳세게 할지어다 여호사닥의 아들 대제사장 여호수아야 스스로 굳세게 할지어다 여호와의 말이니라 이 땅 모든 백성아 스스로 굳세게 하여 일할지어다 내가 너희와 함께 하노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학 2:4)

유다 백성은 상황이 어렵고, 성전이 초라하니까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고 오해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고 성전이 초라했지만 하나님은 유다 백성과 함께 하고 계셨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동체를 섬기는 어려움, 신앙생활 자체가 주는 어려움, 변하지 않는 것 같은 공동체의 연약한 모습, 보잘것없어 보이는 예배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거야? 힘만 들잖아!”라는 우리의 오해에도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십니다. 스스로 굳세게 합시다. 주님이 일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학개를 통해 다음처럼 약속하셨습니다. “이 성전의 나중 영광이 이전 영광보다 크리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내가 이 곳에 평강을 주리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학 2:9)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을 신뢰할 때, 하나님은 큰 영광을 허락하시고, 또한 우리를 통해 영광 받으십니다. 우리가 기대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큰 은혜들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을 신뢰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성실하게 임하는 은혜가 있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