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1-13절: 하나님 비밀의 수혜자와 계시자

14-21절: 교회를 위한 기도

바울은 자신이 계시를 통해 하나님의 비밀인 예수님을 알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바울이 계시를 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함을 이방인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둘째,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을 드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전에는 구원의 방법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만 계시되었다면, 이제는 구원의 방법(하나님의 지혜)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두 가지를 종합하면, 바울은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진리를 이방인과 하늘의 권세에 선포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풍성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알게 된 이유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자신을 계시하신 덕분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찾지 않고 하나님을 원하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오랜 참음과 크신 긍휼하심으로 우리에게 자신을 계시하셔서 믿게 하시고, 자녀 삼으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강권하셔서 우리에게 자신을 알리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나 혼자 예수 믿고, 나 혼자 잘되길 바라셨기 때문일까요? 아니겠지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믿지 않는 분들에게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를 전달하길 바라십니다. 우리의 친구들에게, 가족에게 하나님이 얼마나 좋은 분인지를 선포하길 바라시는 것입니다.

복음을 믿는지 여부가 생명과 죽음이 갈리는 지극히 중대한 것이라면, 여기에는 영적인 전쟁이 따라붙기 마련입니다. 하늘의 통치자와 권세들도 영혼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쓸 테니까요. 그래서 바울은 교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교회가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입니다.

바울의 기도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성도 개개인의 속사람이 강건해지는 것, 둘째, 믿음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것입니다(14-21절). 먼저, 속사람이 강건해진다는 것은 ‘좋은 마음’이 된다고 이해해도 되겠습니다. 좋은 마음은 세상에서 잘 되는 것을 바라기보다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가 잘 되는 것을 소망하게 합니다. 좋은 마음은 성도가 하나님 말씀을 순전하게 믿어서 환란과 핍박으로 삶에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믿음을 견고하게 지키게 합니다. 인간이 좋은 마음을 만들어 낼 수 없고, 오직 성령의 능력만이 좋은 마음을 만들어냅니다. 이 때문에 바울은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고자 의지를 지닌다고 해도, 내면에 좋은 마음이 없다면, 하나님을 따라 사는 것을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저버리고, 말씀을 따라 살아야 하는 것이 좋은 삶이라는 사실에 동의하더라도 정작 자신은 세상에서 좋은 삶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속사람이 강건해서 세상의 유혹을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성도는 하나님의 사랑에 뿌리 박히고 터가 굳어져야 합니다. 흥미롭게 성경은 사랑에 뿌리를 내리라가 아니라, 뿌리박혀야 한다고 수동태로 표현합니다. 어떻게요?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에 뿌리박히도록 만듭니다. 시간이 가면 터가 굳어질 것입니다. 사랑에 뿌리 박히고 터가 굳어진다는 것은 내 삶에 어떤 일들이 발생해도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신뢰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보이는 상황들로 하나님의 사랑을 가늠하려 들지 않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에 주목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견고하게 붙잡는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믿음이 필요하고, 믿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견고히 붙잡을수록 하나님의 사랑을 확신하면서, 하나님이 베푸신 사랑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에 압도당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에베소서 전체에 걸쳐서 바울이 이야기하듯이, 믿음은 우리가 강제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믿음에 있어서 우리의 역할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믿음 역시 하나님께서 주셔야만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신비한 것입니다. 믿음도 하나님께 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속사람의 강건함과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 믿음을 구할 때,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일하실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풍성한 은혜로 받은 구원을 주위 사람에게 능력 있게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