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명 작가 CS 루이스의 형이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습니다.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었고 마침 버스는 멋지게 장식된 예배당 근처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여인이 말했습니다. “오 저런, 사람들은 모든 일에 종교를 개입시킨다니까. 저것 봐. 저 사람들은 심지어 크리스마스조차도 종교적으로 만들려고 하잖아.” 성탄의 의미가 세속화됐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교회보다 백화점이 더 바쁩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 성탄의 참된 의미를 세속적인 상업주의에 빼앗겨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탄의 의미는 일상의 영적 싸움 속에서 다시 발견돼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8장 9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이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너희를 부요하게 하려 하심이라”라고 하셨습니다. 즉 부요하신 이가 가난하게 되셨다는 말씀은 성육신의 신비를 설명해주는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부자’인 그리스도가 ‘거지’로 낮아지셨습니다.

 성육신이 아니었다면 인간은 어떤 희망도 없었을 것입니다. 부자 그리스도께서 자발적으로 우리 대신 거지가 돼 주셨기 때문에 우리에게 소망이 주어졌습니다. 성육신의 가장 큰 의미는 예수님의 자발적 가난에 있습니다.

 참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사도적 복음을 전수 받을 뿐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돕는 사도적 실천 또한 전통으로 이어왔습니다. 4세기 교부 크리소스토무스는 “구제가 구제하는 자의 영혼을 치료하는 길이 된다”고 했습니다. 교회가 복음을 받기만 하고 나눔과 섬김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복음을 제대로 누릴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는 성육신을 통해 부자에서 거지가 되셨고 이를 통해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우리가 부자가 됐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축복을 받게 됐다는 뜻은 분명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이 된 뒤 내가 가진 ‘복음의 부유함’으로 가난한 자들을 섬길 수 있게 됐다는 걸 말합니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가난한 이웃을 구제하지 못하면 거지 신세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복음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면 결국 하늘에 보화를 쌓는 참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부자이지만 스스로 가난하게 되셨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실천을 하면 어떨까요? 우리가 앞장서서 구제하고 섬긴다면 성탄의 참된 의미를 가장 분명히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