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지쳐 있을 때, 아프고 고통스러울 때 가장 쉽게 하는 위로의 말이자 가장 흔하게 건네는 말이 바로 ‘시간이 약이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모든 문제가 풀릴 줄 압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뒤늦게 깨우친 사실은 시간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는 것과 시간을 의지해서 문제를 외면하는 것일 뿐이라는 겁니다. 시간이 모든 문제의 답이라고 말하는 조언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위로인지 알게 되기까지 허송세월로 보내며 많은 기회를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시간은 약이 아니라 무뎌지게 합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잊혀지게 합니다. 그렇기에 시간은 치료제가 아니라 증상을 완화하는 진통제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 몸에 상처 또는 질병이 생겼다고 가정한다면 단지 시간이 흐른다고 상처와 질병이 회복될까요? 상처를 치유하는 힘은 자가 회복력으로 낫는 거고, 질병을 극복하는 힘은 자가 면역력으로 인한 겁니다. 만약 상처를 치유할 힘이 없다면 아무리 기간이 흐른들 낫기는커녕 더 악화될 겁니다. 따라서 시간이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무엇으로 채워져 있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결코 저절로 해결되는 일은 세상에 없습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 알아서 해결해 주실거야” “기도했으니까 이제 하나님께서 일하시겠지?” “맡겼으니까 난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다” 하지만 그렇게 기도하였음에도 고통과 고난은 여전히 나를 괴롭힙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하나님께 따지기 시작합니다. “기도하면 들어 주신다고 했잖아요” “문제를 맡겼는데 왜 해결해 주지 않나요?” “왜 하나님은 약속을 지키지 않으시나요?” 그러한 마음이 들고, 원망과 실망으로 하나님께 책임을 묻고 싶어질 때 당신에게 꼭 전해주어야 할 메시지가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입니다.

 하나님의 때에 이르기까지 아직 당신의 기도가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일하시기까지 아직 당신의 문제를 완전히 맡기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도우시기까지 아직 당신의 내려놓기는 마무리 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계획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나의 계획대로 안되서 그렇게 조급해 하고, 응답이 더딤에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길 바라지만 하나님께서는 본질적인 뿌리부터 바꾸시려 합니다. 우리는 기도했으니까 이제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시겠지라고 착각하는데,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가 끊이지 않길 바라며, 우리가 시간을 믿음으로 채워나가길 기다리십니다. 단지 시간을 보내고,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믿음으로 채우고, 시간을 주께 돌리는 것입니다. 내 속에 하나님이 자리 잡기까지의 시간을 우리가 충실하게 채워나가길 바라시는 겁니다. 내 속에 예수님으로 주인 되시기까지의 시간을 우리가 간절하게, 충만하게 소망하길 원하시는 겁니다. 내 속에 성령님으로 가득 채워지기까지의 시간을, 우리 자신을 비워내고 청소하여 깨끗하길 바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