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 이는 우리가 이제부터 어린 아이가 되지 아니하여 사람의 속임수와 간사한 유혹에 빠져 온갖 교훈의 풍조에 밀려 요동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엡 4:14-15)

예수님을 구주로 모시지만 세상의 가치관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판단하는 사람들과 교제해보셨습니까? 대표적인 예로, 정치로 말씀을 평가하는 분들입니다. 요즘 어떤 분들은 예수님을 믿으면 정치적으로 좌파가 결코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수십 년 전에는 예수님을 믿으면 정치적으로 우파가 결코 될 수 없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종종 이런 종류의 해석은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적지 않은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그 결과 스스로 홀로 진리를 전한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의 본질이 정치이고 말씀이 껍데기이나, 본질이 말씀이고 정치가 껍데기라고 우기는 사람 몇 몇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가치관으로 말씀을 평가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내가 잘나서 내 노력으로 번 돈을 다른 지체들에게 나눠주라고? 이런 말씀은 싫어. 성적으로 순결하라고? 요즘 어떤 시대인데, 이런 소릴 해? 이런 말씀은 구닥다리야. 시대가 얼마나 변했는데, 주중에도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라는 거야!”라는 식입니다.

사실 “누가 누가 그랬대요!”라기보다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과정에서 모두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문화를 토대로 말씀에 저항하기도 하고, 개인의 정치적인 신념을 가지고 말씀을 해석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믿지만, 아직 말씀이 정신세계와 의식구조를 온전히 새롭게 창조해내지 못한 것입니다. 어딘가가 망가져서 비가 오면 물이 새는 건물처럼, 우리의 의식 세계는 개인의 상처와 경험, 문화적인 영향에 의해 망가져 있습니 다. 이 상태를 성경은 ‘어린 아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의 속임수와 간사한 유혹에 빠져서 온갖 교훈의 풍조에 밀려서 요동하는 자입니다. 세상이 그럴 듯한 논리로 이것이 옳다고 하면 이것을 지지하고, 저것이 나쁘다고 하면 저것을 비난합니다. 우리 모두는 사회적 분위기와 주위 사람들의 태도에 편승하여, 어떤 사회적 사안을 향해 과도한 정의감과 지나친 열정을 내어 보았을 것입니다. 논리에 따른 판단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의 비주류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일 때가 많습니다. 혹은 어떤 사안에 독특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도덕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은 마음인 경우도 있고요. 예수님을 믿더라도 충분히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씀으로 정신세계를 보수해나가야 합니다.

어떻게 자라갈까요?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은 사랑하는 용량이 증가한다는 말입니다. 사랑하기 위해 애써본 사람들은 사랑이 결코 연인 간의 불타는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라, 자녀를 단호하게 훈계하는 냉정한 사랑도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때로는 억울한 현실 앞에서 불평하지 않고 잠잠히 견디는 억울한 사랑도 사랑임을 배웁니다. 현실에서 거룩하게 사랑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고 애를 쓰는 사람에게, 사랑은 최고난도의 수수께끼와 같아서 예수님께 끝없이 답을 구하기 위해 질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이 이 사람과 나 사이의 참된 사랑입니까?”라고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주님을 닮아갑니다. 사랑의 깊이 안에 잠긴 사람은 세상이 제시하는 날카로운 논리만을 따라가기 힘들어 합니다. 기독교인은 특정 정파가 될 수 없다는 말에 담긴 배제와 혐오의 논리를 무서워하게 됩니다. 한국교회를 향해 끝없이 일갈하고 비판하는 글들 안에 담긴 정의에는 공감하면서도, 주장에 담긴 교회를 향한 적의와 분노에는 멀어지고 싶어 합니다. 공동체에서 만나는 지체들의 모순된 태도와 행동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멋지고 아름다운 면도 추악하고 못된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처럼 어느 각도에서 빛나는 분은 오직 주님 한 분이십니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악을 견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십자가를 지고, 악을 견디며 주님을 닮아갑니다. 사랑은 어려운 것이고, 불가해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고자 애쓸 때, 범사에 주님에게로 자라나는 은혜가 있을 것입니다. 말씀을 배우고, 순종하여 주님을 닮는 은혜가 충만하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