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2장 7-12절은 십자가 사역이 천상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으로 사탄은 하늘에서 있을 곳을 얻지 못하고 내쫓겼습니다. 사탄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권세를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해진 때가 이르지 전까지 사탄은 땅으로 내려와서 교회를 박해합니다(12장 13-17절)

13장은 사탄이 구체적으로 어떤 전술을 사용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13장 1-2절에는 바다에서 한 짐승이 등장합니다. 성경에서 바다는 하나님의 백성과 대비되는 열방을 의미합니다. 바다는 종잡을 수 없고, 그 안에서 사람은 안정을 누릴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주로 토지에 비견되는데, 토지는 바다에 비해서 통제 가능하고, 안정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짐승은 다니엘에서 제국들을 상징했던 표범, 곰, 사자의 이미지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다에서 한 짐승이 등장하는 것은 이방에서 걸출한 지도자가 등장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짐승에게 사탄은 권세를 줍니다.

“용이 자기의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그에게 주었더라.”(요한계시록 13장 2절)

온 세상이 이 짐승을 따르고 경배합니다. 사람들로부터 경배 받는 이 짐승은 마흔두 달 동안 일할 권세를 받아서 열심히 하나님과 교회를 비방합니다(5-6절). 이 짐승은 실로 강력해서 성도들을 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도들은 짐승의 핍박에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10절).

이어서 둘째 짐승이 나타납니다. 이 짐승은 첫째 짐승을 경배하게 합니다. 첫째 짐승은 추하게 스스로를 높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둘째 짐승이 첫째 짐승을 높입니다. 사람들이 첫째 짐승을 경배하도록 적극적으로 바람을 잡는 것입니다(12절). 뿐만 아니라, 둘째 짐승은 우상에게 경배하지 않는 자들을 다 죽이려고 합니다(15절). 성도들은 첫째 짐승과 둘째 짐승의 수많은 핍박에도 생명을 내던지면서 죽기까지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세에 사탄은 짐승에게 권세를 주어서 사람들의 경배를 받게 하고 성도들을 핍박할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높이거나, 사람을 높이는 곳을 피해야 합니다. 그곳은 사탄의 권세가 있는 곳입니다. 또한 우리는 핍박에도 믿음을 지키고 잘 죽어야 합니다. 만일 순교해야 한다면, 순교를 우리 힘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님의 능력으로 가능하게 하실 것입니다. 때로 죽는 것이 승리일 때가 있습니다. 온세상을 악을 다스린다면, 악의 통치에 굴복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죽음뿐입니다. 누구도 죽은 자를 지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민의 항쟁은 가장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행위 방식이다. 왜냐하면 이 항쟁은 승자나 패자가 있는 전투로 막을 수 없고 오직 대량학살로만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승자조차 패자가 된다. 누구도 죽은 자를 지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한길사, 2019, 30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