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1:1 - 4

1. 예수께서 눈을 들어 부자들이 헌금함에 헌금 넣는 것을 보시고

2. 또 어떤 가난한 과부가 두 렙돈 넣는 것을 보시고

3. 이르시되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4. 저들은 그 풍족한 중에서 헌금을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시니라

이전 본문에서 예수님은 과부의 가산을 삼키는 서기관을 비판하셨습니다. 생활비 전체를 헌금한 과부는 과부의 가산을 삼키는 서기관과 대조됩니다. 과부는 두 렙돈을 헌금함에 헌금하였습니다. 렙돈은 128분의 1데나리온입니다. 1데나리온은 하루 품삯이므로, 128분의 1데나리온은 약 500-700원 정도의 금액입니다. 이런 적은 금액의 헌금을 예수님은 크게 칭찬하시면서, 이 과부가 생활비 전부를 헌금함에 넣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생활비로 번역한 비오스는 재산을 의미합니다. 즉, 과부는 전재산을 넣었습니다.

적용

이 본문은 서기관과 과부를 대조합니다. 서기관은 하나님을 수단화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약자들을 괴롭히고 착취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교회는 하나님을 수단으로 삼으면, 저항할 수 없는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조직으로 변모합니다. 교회가 세상을 닮아간다고 할 때, 그것은 단지 교회의 비도덕적인 모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교회가 하나님을 목적하지 않고, 하나님을 수단으로 삼아 세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적으로 적용하면, 오늘 내가 설령 하나님을 믿고, 욕망을 따라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갈등 상황에서 한 번 더 참고,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서, 세상과 구별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교양 있는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하나님을 믿으면서, 하나님을 더 알아가기 위해 애쓰지 않고, 세상의 가치인 돈과 명예, 쾌락 등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세상과 닮은 모습입니다.

하나님께서 교회에 주신 수많은 은혜와 부흥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이 더 나은 삶, 중산층의 삶을 추구하면서 교회는 망가졌습니다. 안정적인 삶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번영한 삶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목적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알기 위해 살아간다는 목적을 잃어버린 삶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목적에서 수단으로 바꾸고, 이 과정에서 하나님을 통해 더 나은 세상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악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요?

교회에서 가장 우리를 절망하게 하는 사건은 무엇일까요? 서기관 위치에 있는 종교지도자들이 하나님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할 때입니다. 저같은 사람이 하나님을 알아가기 위해 애쓰지 않고, 세상에서 잘되는 것을 위해 애쓸 때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늘 기도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 설령 처하더라도, 희망이 없지는 않습니다. 오늘 본문의 과부처럼, 하나님 앞에서 반응한다면 말입니다. 과부는 하나님을 수단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랬다면, 두 렙돈을 헌금할 리가 없습니다. 과부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살아계시며, 큰 돈이든, 작은 돈이든 액수가 아니라, 마음을 받으시는 분임을, 그녀는 알았습니다.

종종 교회는 돈이 없으면 다닐 수가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합니다. 헌금에 관한 눈치를 준다고 말이지요. 사역자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하지만, 아예 현실과 괴리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면 좋겠지만, 현실에는 분명히 과부의 가산을 삼키는 서기관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헌금 생활, 기도 생활에 있어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체면을 챙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문제를 눈치와 체면의 차원에서 벗어나서 하나님 앞에서 믿음과 사랑을 표현하는 차원으로 이끌고 가야 하겠습니다. 눈치와 체면의 차원에서 과부의 적은 헌금에 접근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믿음과 사랑의 차원에서 과부의 적은 헌금에 접근하면, 충만한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의 신앙이 믿음과 사랑의 차원으로 자라길 축복합니다.

Q. 오늘 내가 하나님 앞에서 믿음을 보이고, 사랑을 표현할 작은 헌신은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