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절에서 이스라엘 자손은 누가 먼저 올라가서 가나안 족속과 싸워야 하는지 질문합니다. 이 질문은 사사기 20:18절에서 베냐민 자손과 싸울 때 다시 등장합니다. 즉, 사사기 초기에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 민족과 싸웠지만, 사사기 후기에 이스라엘 민족은 동족 베냐민 지파와 싸운 것이다. 베냐민 지파가 가나안 족속처럼 타락했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 백성들이 하나님의 율법을 준수하는 데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하나님 백성들은 실패했을까요? 2절에서 여호와께서는 ‘유다’가 가나안 족속과 싸워야 한다고 말씀하셨으나, 3절에서 유다는 그의 형제 ‘시므온’을 설득해 함께 가나안 족속과 싸웁니다. 이런 모습은 드보라가 바락에게 시스라와 싸우라고 말씀을 전하자(참고: 삿 4:6-7), 바락이 혼자서는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모습과 유사합니다(참고: 삿 4:8). 드보라와 함께 전투에 나선 바락은 시스라 군대를 물리쳤지만, 시스라를 처단하는 영광은 야엘이 가져갔습니다. 시므온과 함께 전투에 나선 유다도 가나안 족속을 물리쳤지만, 철병거를 지닌 골짜기의 주민들은 몰아내지 못했습니다(참 삿 1:20).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의지하지 못하고, 말씀에 절반 정도 순종한 바락과 유다 모두 완전한 영광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유다는 하나님의 분명한 말씀에 애매하게 순종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에게 때로 지극히 도전적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이 도전적인 말씀에 그대로 순종하기 어렵습니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하나님 말씀을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님의 말씀과는 별개로, 애매한 수준에서 타협하고는 합니다. 문제는 이런 애매한 타협이 시간이 흐르면서 신앙의 타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한 번 정도는 괜찮아.” “하나님도 이해해주실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던 일들도, 나중에는 “지금까지 아무 일이 없었어. 이 일을 가지고 하나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셔.”라는 식으로 변질되는 것입니다. 이런 변질은 아도니 베섹처럼 하나님의 심판을 이끌어 오고, 결국 우리를 죽음으로 인도합니다.

아도니 베섹(4-7)과 옷니엘(11-15)은 대조해서 이해할 수 있다. 아도니 베섹은 만 명 이상의 군사를 거느린 강력한 군주였습니다(삿 1:4). 그는 옛적에 칠십 명의 왕들의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을 자르고 수치를 주었을 정도로 전쟁에 능한 자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는 무력했고, 예루살렘으로 끌려가 죽었다. 한편, 옷니엘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기럇 세벨을 정복하고 악사를 얻었습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그는 밭을 얻었고, 그의 아내 악사는 샘을 얻었습니다. 옷니엘은 말씀이 거인보다 강한 것을 신뢰했고, 그 결과 전리품을 풍성하게 얻은 것입니다. 밭과 샘은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옷니엘은 죽음을 대표하는 아도니 베섹과는 정반대입니다.

흥미롭게도 인간의 애매한 순종이 결국에 심판으로 이어지더라도, 인간은 그 길을 걸어갑니다. 인간에게는 온전히 순종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옷니엘과 같이 거인을 이길 위대한 사사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밭과 샘을 확보하는 악사와 같은 현명한 아내도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죽음의 길이 아니라 생명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예수 그리스도라는 위대한 사사를 주셨고, 우리 안에 내주하셔서 지속적인 생명을 주시는 성령 하나님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자신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원을 의지하고 묵상할 때, 우리는 애매하게 순종하지 않고, 온전하게 순종할 수 있고, 죽음의 길을 피해서 생명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애매한 순종에서 온전한 순종으로 이를 수 있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