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2020년 첫 번째 오후 설교에서 사용한 설교문입니다. 깁니다. 차분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3월에 저희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말씀을 나누고 예배했습니다. 각자 믿음의 분량을 따라서 잘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는 제가 묵상글을 쓸 시간에, 말씀을 더 읽고 더 기도하고 더 설교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어떤 설교 한 편은 수십 년의 지지부진한 신앙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하는데, 그런 예리한 설교가 잘 준비되길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 

  묵상글 나눔을 종료하는 다른 이유는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서입니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홈페이지에서 글을 읽고 나누는 것이 공동체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지금이 그런 때인 것 같습니다. 공동체 전체를 놓고 볼 때,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면서 은혜를 나누는 유익, 하나님과의 관계 형성, 공동체와의 연합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들보다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야 한다는 부담감, 하지 못했을 때의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인 효과들이 우세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요? 글을 읽는다는 것이 애초에 어려운 일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자신이 나태하고 게을러지기도 할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와는 별개로 애초에 믿음이 미성숙한 지체들에게는 말씀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어렵고, 별다른 유익을 누리지 못한다고 오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현재는 글을 멈춤으로써 여러분을 죄책감에게서 해방하고, 저 역시도 더 나은 설교에 집중하는 것이 공동체에 유익한 것 같습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완벽하지 않고 부족하고 모자란 나와 지체들을 모습들을 용서하시고 정죄하지 않길 축복합니다. 하나님이 우리 존재를 향해 부어주시는 은혜는 끝이 없답니다. 그동안 이 글들을 통해 받았던 은혜에 하나님께 감사드리면 좋겠고, 지체들의 자그마한 소통을 기뻐하시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 더욱 뜨겁게 사랑하는 공동체를 기대해봅시다. 오늘 설교문의 일부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님의 은혜가 결국 우리의 죄성을 이깁니다.  

야곱의 족보 이야기(창세기 37장 1절-45장 28절)

지난 한 해 동안 저희는 쭉 요셉이야기를 살폈습니다. 37-50장까지 전부 강해를 하고 싶었는데, 하다보니까 45장도 다 마치지 못했네요. 2020년에는 창세기를 전부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본문으로 가기 전에, 이번에는 일 년 동안 배운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우리가 몇 절로 구성되는 작은 이야기들을 잘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요셉 이야기라고 불렀지만, 사실 37장-50장은 야곱의 족보 이야기입니다. “야곱의 족보는 이러하니라”(창 37:2). 이 족보는 37장에서 시작해서 50장에서 끝나며, 이야기의 주인공은 요셉과 유다, 그리고 야곱입니다. 37장-41장은 요셉이 애굽으로 팔려가서 애굽 총리가 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요셉이 주인공입니다. 42장-47장은 요셉과 형제들이 화해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다룹니다. 유다가 주인공입니다. 48-50장은 야곱 예언과 죽음을 담고 있습니다. 야곱이 주인공입니다. 인생 말미에 야곱은 매우 예리한 영적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야곱의 족보를 서술하시면서, 우리가 족보를 기록하듯이 누가 어떤 지위를 얻었고, 세상에서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지위를 얻었는지에 관심이 별로 없으시고, 우리가 좋은 삶을 사는 것에 관심을 두시기 때문입니다. 세상적인 성공과 삶의 질은 절대 비례하지 않습니다. 제아무리 대단한 지위를 얻어도, 온 사방이 적이고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다면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내게 효도하는 자녀들과 사랑하는 배우자, 마음이 나눌 수 있는 귀한 동역자들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야곱의 족보를 통해 죄로 물든 언약백성들이 어떻게 믿음을 회복하고, 삶이 회복되는지를 가르쳐주십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실까요? 요셉은 처음에 교만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당신들의 단은 내 단을 둘러서서 절하더이다!(창 37:7), 해와 달과 열한 별이 내게 절하더이다(창 37:9)” 그러나 요셉이 많은 훈련을 거치고 난후 애굽 왕 바로 앞에 설 때는 어떤가요?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바로에게 편안한 대답을 하시리이다(창 41:16)” 요셉은 더 이상 자신을 높이지 않고 하나님을 높입니다. 하나님은 교만한 요셉을 겸손한 사람으로 빚으셨습니다.

유다는 어떻습니까? 유다는 매우 악하고, 이기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유다는 요셉을 죽이지 않고, 팔아넘긴 이유는 오직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였습니다. “유다가 자기 형제에게 이르되 우리가 우리 동생을 죽이고 그의 피를 덮어둔들 무엇이 유익할까?”(창 37:26). 그러나 하나님이 유다의 삶에 간섭하시고, 유다를 훈련시키고 난 후에는 어떤가요? 그가 요셉 앞에 섰을 때, 유다는 베냐민을 대신해서 종이 되겠다고 자처합니다. “이제 주의 종으로 그 아이를 대신하여 머물러 있어 내 주의 종이 되게 하시고 그 아이는 그의 형제들과 함께 올려 보내소서”(창 44:33). 이제 그는 유익을 쫓지 않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기적인 유다를 헌신하는 이타적인 사람으로 빚으셨습니다.

야곱은 하나님 이외의 것을 끈질기게 숭배하는 사람입니다. 집에 있을 때는 장자권이었고, 밧단아람에서는 라헬이었고, 가나안으로 돌아와서는 요셉과 베냐민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하나님은 야곱에게 은혜를 베푸셨지만, 야곱은 하나님에게 제대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기근 때문에 죽는다고 외쳐도 야곱은 “결코 베냐민을 내어줄 수 없다.”라고 저항합니다. “내 아들은 너희와 함께 내려가지 못하리니”(창 42:38) 그러나 하나님은 야곱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이야기 말미에 가서야 야곱은 베냐민을 자기의 손에서 놓고, 하나님을 신뢰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 사람 앞에서 너희에게 은혜를 베푸사 그 사람으로 너희 다른 형제와 베냐민을 돌려보내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창 43:14). 하나님은 우상숭배자인 야곱을 하나님을 의지하는 야곱으로 빚으셨습니다.

37-50장에서 교만한 요셉은 겸손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며, 이기적은 유다는 헌신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며, 우상숭배자인 야곱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창세기 37-50장은 한 가족의 완전한 회복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37-50장에서 요셉과 유다도 야곱도 부분적으로 잘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처음에는 모두 별 볼 일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이들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각자에게는 교만한 요셉의 모습도 있고, 이기적인 유다의 모습도 있고, 우상숭배하는 야곱의 모습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의 강하신 손으로 우리를 아름답게 빚어 가십니다. 그러니까 지금 내 모습에 너무 좌절하지 말고, 실망하지 맙시다. 나는 나를 보면서 실망하고,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도, 우리 하나님께서는 나를 향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으시고, 오랜 인내와 끝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켜 가십니다. 스스로를 보면서 실망할 때마다,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길 축복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포기해도, 주님은 우릴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저는 구약을 구약답게, 본문에 집중해서 해석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여기까지 해석할 것입니다. 그러나 구약은 구약으로만 끝나지 않고, 신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신약이 오기 전까지는 구약을 완전하게 해석할 수 없지만, 신약이 오면 구약에 감춰진 의미가 완전히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신약과의 관계성 안에서 말씀을 보다 깊게 상고하려 합니다. 누가복음에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방황하는 제자들을 찾아가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가 이런 고난을 받고 자기의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니냐 하시고 이에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눅 24:26-27). 예수님께서는 구약 성경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를 제자들에게 가르치셨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들이 서로 말하되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하고”(눅 24:32). 구약성경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이들이 상했던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사실 예수님은 굳이 정체를 숨기실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님이 정체를 알리시면, 제자들은 바로 감격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직접 알려주시지 않고, 말씀을 통해서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셨습니다. 우리도 이 방법을 통해서 주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제자들에게 구약성경과 거기에서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를 알려줌으로써 마음을 뜨겁게 하신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그렇게 자신을 계시해주시길 원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경조차도 너무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합니다. 제가 학부 다닐 때, 한 후배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선배, 저는 요셉이 형제들을 용서하는 이야기가 싫어요. 하나님께서 저에게 형제들을 용서하라고 하실 것 같아서 그래요.” 그러나 성경이 요셉의 이야기를 통해 최우선적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용서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진리를 믿으면, 원수를 용서할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우리를 용서하셨다는 사실을 뒤로 미뤄둔 채, 우리는 내가 주위 사람들을 용서해야겠다고만 생각한다면, 율법적으로 말씀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그렇게 읽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습니다. 그러면 내가 다윗처럼 믿음을 가지고 세상의 골리앗을 이겨야 합니까? 좋지요. 그러나 해당 본문에서 최우선적으로 성경이 이야기하려는 것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겨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평안을 누렸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이 사탄을 이겨서 그의 백성들을 평안하게 하셨습니다. 성도는 주님이 행하신 일 덕분에 은혜와 평강을 누려야 합니다. 이것이 신앙의 알파와 오메가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믿고 즐거워하면, 그제야 우리는 다윗처럼 사람들이 이길 수 없는 골리앗을 이기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순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바른 믿음이 바른 삶을 잉태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아무리 성도들에게 바른 삶을 살아라! 살아라!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들 바른 삶을 살지 못해서 여기에 앉아 계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행하신 일을 붙잡는 것 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런 렌즈를 가지고 요셉 이야기를 살펴봅시다. 신약과의 관계에서 보자면, 37-41장에서 형제들에게 팔려서 노예 생활을 하고, 결국 애굽 총리가 된 요셉의 이야기는,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셔서 모든 만물의 통치자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와 대응합니다. 42-47장에서 형제들과 요셉이 화해하는 이야기는, 우리와 관계를 친밀하게 맺어 가시는 예수님의 이야기와 대응합니다. 전부 정리하면 좋겠지만, 시간 제한상 42장부터 46장까지 집중해서 정리하고 마치겠습니다.

우리는 요셉이 형제들을 용서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42-45장을 읽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흉년이 오기 전에, 다른 말로 형제들이 요셉에게 찾아오기 전에, 요셉에게 아들 둘을 주셨습니다. 요셉은 장자 이름을 므낫세라고 지었습니다. “요셉이 그의 장남의 이름을 므낫세라 하였으니 하나님이 내게 내 모든 고난과 내 아버지의 온 집 일을 잊어버리게 하셨다 함이요”(창 41:51). 요셉은 형제들을 용서했습니다. 잊어버렸다와 용서했다는 사실 조금 다르지만, 적어도 요셉이 형제들의 죄악을 기억하고 복수하려는 마음이 없다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은, 요셉이 형제들이 자신을 판 일을 기억하고, 그것을 복수하기 위해 형제들을 괴롭히려고 행한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요셉은 형제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지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도 우리를 벌주시기 위해서 우리가 이 땅에서 여러 가지 환란을 당하도록 두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지혜롭게 우리 삶을 인도해 가시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재앙과 환란을 겪을 때 “내가 무슨 죄를 지었을까? 죗값을 치르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죄의 삯은 사망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환란을 겪는다고 죗값을 지불할 수도 없습니다. 죗값은 주님이 전부 지불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억울한 일을 당할 때는 “나를 사랑하는 주님이 지금 내게 무엇을 바라고 계신가? 이 일에 어떻게 반응하길 원하시는가?”라고 생각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우리가 이전에 지은 죄를 회개하라고 요구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요구는 우리에게 죗값을 지불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을 누르고 있던 죄책감을 해결해주시려는 하나님의 배려입니다.

차근차근 이야기를 살펴봅시다. 먼저 요셉은 형제들이 기근 때문에 자신에게 곡식을 요청하자, 정체를 숨기고 형제들을 정탐꾼으로 몰아갑니다. “요셉이 보고 형들인 줄을 아나 모르는 체하고 엄한 소리로 그들에게 말하여 이르되 너희가 어디서 왔느냐 그들이 이르되 곡물을 사려고 가나안에서 왔나이다... 요셉이 그들에게 대하여 꾼 꿈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정탐꾼들이라 이 나라의 틈을 엿보려고 왔느니라”(창 42:7, 9). 그리고 감옥에 가둡니다. 억울한 일을 연속으로 겪으면서, 형제들은 지난 일을 회개합니다. 형제들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일을 당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억울한 일은 형제들이 묻어두고 지냈던 그들의 죄를 회개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서로 말하되 우리가 아우의 일로 말미암아 범죄하였도다 그가 우리에게 애걸할 때에 그 마음의 괴로움을 보고도 듣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괴로움이 우리에게 임하도다”(창 42:21). 이 고백을 옆에서 듣고 요셉은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 형제들에게 곡물을 줍니다.

인간이 언제 예수님을 찾아갑니까? 삶에 지독한 기근이 찾아오면 갑니다. 예수님을 사랑해서가 아니고,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아서도 아닙니다. 예수님이 만물의 주인으로서 기근을 해결할 수 있는 권세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어렴풋이 이를 알기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주님을 찾습니다. 이럴 때, 예수님은 우리를 회개의 자리로 데려가십니다. 그리고 그 동안 내가 주님에게 올바르게 행하지 않았던 일들을 회개하게 하십니다. “그동안 내가 하나님께 잘못했구나.”라는 고백을 듣고 너무나 기뻐하신 후에, 우리 문제를 해결해주십니다.

형제들은 가나안으로 곡식을 가지고 돌아갑니다. 그런데 곡식을 가지고 돌아가던 중 돈 자루를 발견합니다. “한 사람이 여관에서 나귀에게 먹이를 주려고 자루를 풀고 본즉 그 돈이 자루 아귀에 있는지라”(창 42:27) 요셉은 돈을 받고 곡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은혜로 주었습니다. 그러나 형제들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곡식을 받았다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인간은 은혜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내가 하나님께 합당한 일을 행해서 그 의를 가지고, 하나님께 도움을 얻어내길 원합니다. 하나님에게 빚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기도 많이 해서 도움을 얻길 바라고, 내가 바르게 살아서, 예배를 제대로 드려서, 그 의를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주님, 제가 이것 이것 잘했지요? 그러니까 이것 이것 해주세요.” 우리는 이런 식의 교환 관계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식으로 우리와 관계 맺지 않고, 우리와 은혜로만 관계를 맺길 원하십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돈 자루를 주십니다. 돈 자루는 죄책감입니다. 내 행동이 하나님의 기준에 미달한다는 죄책감입니다. 삶에 거대한 문제를 해결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이제는 신앙생활을 잘하고 싶은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죄악을 자꾸 발견합니다. 제대로 신앙 생활하지 않는 주위 사람들이 밉고, 미워하는 나도 밉고, 그렇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거룩하게 하나님 앞에서 잘 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게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돈 자루입니다. 주님은 지속적으로 나의 실패를 통해서 “너는 내게 빚 졌다.”라는 것을 가르치십니다.

형제들은 가나안으로 돌아가서 야곱에게 다음번에는 베냐민을 데리고 가야 한다고 전합니다. 야곱에게 우상숭배를 종료하라는 것입니다. 처음에 야곱은 이 제안을 거절합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기근을 버티지 못하고, 베냐민을 내어줍니다. “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창 43:14) 하나님은 내가 죄인인 사실을 가르치시면서, 우상숭배의 영역을 건드리십니다. 우상숭배하지 마라! 교회 올 때마다 듣는 이야기입니다. 학벌, 직장, 이성친구, 돈, 명예 이런 것들이 우상이 되면 안 된다고 매번 듣습니다. 그러나 우상숭배가 멈춰지질 않아요. 우상숭배를 처음부터 하나님을 사랑해서 그만두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기근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상을 내려놓고 주님께 올 수 있습니다.

이제 형제들은 베냐민을 데리고 요셉을 만납니다. 요셉은 베냐민을 보고 눈물을 흘립니다. 요셉은 형제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하고, 형제들과 즐겁게 식사합니다. 형제들은 집으로 가는 도중에 돈자루 사건을 해명하고, 청지기는 돈자루 사건은 이미 해결되었다고 대답합니다. “너희 아버지의 하나님이 재물을 너희 자루에 넣어 너희에게 주신 것이라 너희 돈은 이미 내가 받았느니라”(창 44:23). 하나님은 우상숭배를 그만 두고, 주님께 나아온 성도에게 선물을 주십니다. 무슨 선물일까요? 죄의식에서의 해방입니다. 이전에도 우리가 내가 지은 죄를 사함 받았다는 이야기는 끝없이 듣지만, 실제로 죄 사함을 받았다는 것이 잘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우상을 꽉 붙잡는 대가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죄 사함이 믿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우상을 잡고 있는 동안에는 죄 사함이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내 스스로 죄를 적극적으로 지으면서, 자신의 왕국을 세우려고 할 때에는, 하나님이 선물로 주시는 죄 사함이 믿어지지 않고, 하나님과의 친밀감도 누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내가 우상을 포기할 때, 내려놓을 때 하나님이 선물로 주시는 죄 사함이 깊이 믿어집니다. 그동안 내가 지은 죄를 용서받았다는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요셉은 식사를 마친 후에 베냐민의 자루에 은잔을 넣습니다. 그리고 형제들이 정말 변했는지 테스트합니다. 놀랍게도 유다는 야곱을 위해 베냐민을 대신해서 자신이 종이 되겠다고 자청합니다. “이제 주의 종으로 그 아이를 대신하여 머물러 있어 내 주의 종이 되게 하시고”(창 44:33). 그러자 요셉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형제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기 것을 어떻게 검증하실까요? 연약한 사람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희생하는지를 검사해야 아십니다. 그때 우리가 손해 보고, 희생한다면, 예수님과 참으로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이때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주실까요? 깊은 죄 사함입니다.

형제들은 이미 돈 자루 사건을 용서받았습니다. 기뻤겠지요? 그러나 형제들이 정말 용서받아야 하는 사건은 요셉을 팔았던 사건입니다. 이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요셉은 이 사건을 용서했다고 알려줍니다. 우리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우리는 신앙이 어릴 때는 내가 저지른 어떤 행동들을 용서받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 잘못했는데... 하나님이 용서해주셨구나...” 이런 식으로 양적으로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정말 용서받아야 하는 것은 우리 존재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내가 정말 죽어 마땅한 죄인이구나”라고 고백이 나와야 합니다. 인간이 정말 용서받아야 하는 것은 존재 자체입니다. 내가 그 어떤 행동을 해도 하나님께 구원받을 수 없는 비참한 존재라는 사실을 용서받아야 합니다.

양적 죄책감, 우리가 이전에 지은 죄를 용서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주님과 가까워집니다. 이전에 지은 죄를 하나님이 용서하셨다는 사실을 아니까요. 그러나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요셉을 팔아넘긴 사건을 용서받는 것은 질적 죄책감을 용서받는 것입니다. “정말 어떤 행동을 해도 보전이나 복구가 불가능한 죄악을 짓는, 존재적으로 지독한 죄인인 나를 하나님이 용서하셨구나.”를 깨닫는 것이 질적 죄책감을 용서받는 것입니다. 이런 용서를 경험한 사람은 참으로 죄책감, 정죄감에서 자유해집니다. 하나님이 나라는 존재를 깊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 역시도 주님을 사랑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 볼까요? 적어도 창세기 본문을 따르면, 우리 신앙은 이런 식으로 성장합니다. 먼저, 삶에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면 주님께 와서 회개해요. 주님이 도와주십니다. 이제 신앙 생활 제대로 해봐야지 하는데, 신앙 생활하면 이제 율법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성품을 알게 되어요. 그러면, 양적 죄책감이 생깁니다. 어떻게 극복해요? 우상숭배를 그만두면, 하나님께서 양적 죄책감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십니다. 그다음에 이웃 사랑을 실천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질적 죄책감에서 해방시켜주십니다. 신앙의 성숙은 이처럼 죄 사함을 점점 더 깊게 경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데, 내가 죄를 사함 받았다는 의식과 그 정도가 깊어지지 않는다면, 완전히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적으로 자신이 죄인인 것을 모르고, 죄 사함을 형식적으로 받는 사람은 주님께 별로 미안한 것도 없고, 이 때문에 주님을 사랑하기도 어렵습니다.

주님은 다음처럼 우릴 가르치십니다. “이러므로 내가 네게 말하노니 그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그의 사랑함이 많음이라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눅 7:47). 제가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여기서 ‘사하여졌도다’(ἀφέωνται)는 직설법 과거 완료 수동태입니다. 한글성경은 번역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지금 사함 받았다는 게 아니고, 이전에 예수님의 말씀을 이 여인이 어디선가 듣고 사함을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여인은 주님을 많이 사랑해서 지금 예수님께 향유 옥합을 부어드린 것입니다. 많은 용서받으면, 많이 사랑합니다. 이 사랑을 가지고 우리는 주님을 위해 살게 됩니다. 아직 형제들이 야곱에게 요셉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가 남았지요? 질적 죄책감에서 해방된 사람은 하나님을 위해 살게 됩니다. 이렇게 42-46장을 쭉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셉 이야기는 우리 신앙생활 전체를 이해하는 좋은 틀입니다. 우리는 주님께 순종하면서, 이미 얻은 죄 사함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럴수록 주님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각자 어디에 있습니까? 올해에는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께 순종해서 죄 사함을 이전보다 더 깊이 누리길 축복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