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

20세기 대표적인 철학자 중 하나인 하이데거는 인간을 삶의 고유한 가능성을 고민하고, 그 가능성을 위해 자신의 삶을 던지는 존재라고 이해했습니다.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 다르게, 삶의 이유를 고민하는 존재입니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내게 주어진 삶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따위를 고민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답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일상을 분주하게 살아가기 바쁩니다. 일상은 우리에게 힘겨운 것입니다. 하지만 일상은 삶의 터전과 규모를 우리에게 제공해서 안정감을 줍니다. 뭔지는 잘 모르지만, 내가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요.

성경은 성도들에게 일상에 매몰된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사람들이 인지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를 향해 하나님의 심판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사는 것은 훨씬 중요합니다.

모세는 광야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았습니다. 출애굽 직후, 성인 남자만 60만 명 가량이었습니다. 하지만 믿음이 없어서 하나님을 원망한 이 세대는 광야에서 모두 죽어야 했습니다. 40년에 걸쳐 60만 명이 죽었습니다. 1년에 15,000명이라면, 하루에 40-50명은 죽었을 것입니다. 광야에서 모세는 날마다 죽음을 보았습니다. 모세가 다음처럼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요.

“주께서 그들을 홍수처럼 쓸어가시나이다 그들은 잠깐 자는 것 같으며 아침에 돋는 풀 같으니이다 풀은 아침에 꽃이 피어 자라다가 저녁에는 시들어 마르나이다”(시 90:5-6)

모세가 본 인간의 삶은 아침에 잠깐 자라다가 저녁에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삶은 순간(瞬間)이고, 허무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하나님께 간구합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1)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 이 땅에서의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해달라고 간구합니다. 우리의 삶은 부활 이후에는 영원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땅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노력하게, 애태워서 성취한 많은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인간의 자랑과 성취, 인정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오직 우리가 영원한 세계를 위해 하나님께 순종한 것만 남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내지 맙시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삶이 있고, 이 세상에서의 삶은 다가올 삶을 예비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영생과 구원, 심판에 관한 지식이 우리로 하여금 한 번뿐인 인생을 귀하게 사는 힘을 얻게 하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