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다말에게 말하되 네 시아버지가 자기의 양털을 깎으려고 딤나에 올라왔다 한지라”(창 38:13)

다말은 유다 첫째 아들 엘과 결혼한 가나안 여자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엘을 그의 악 때문에 죽이셨다고 기록합니다. 다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이어서 둘째 오난은 다말에게 죄를 지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난을 죽이십니다. 엘과 오난은 자기의 악 때문에 죽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자, 유다는 다말을 꺼림칙하게 여깁니다. 유다는 다말에게 ‘셀라가 장성할 때까지 네 집으로 돌아가라’라고 말하면서 그녀를 쫓아내기에 이릅니다. 그후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셀라가 장성했지만, 유다는 다말을 자신의 집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그 이후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아는 바입니다. 다말은 창기로 위장하여 술 취한 유다와 관계를 맺고, 임신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유다는 자신의 악을 인정하고 다말을 받아들입니다. 다말은 베레스와 세라를 낳았고, 하나님 나라의 계보에 편입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이 사람이 다말에게 유다의 딤나 출현을 알리지 않았다면, 다말은 거사를 시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야곱 이야기에서도 ‘어떤 사람’이 찾아오고, 요셉 이야기에서도 ‘어떤 사람’이 찾아옵니다. 야곱이 요셉에게 장자권을 계승하는 이야기에서도 ‘어떤 사람’이 각자에게 소식을 전합니다. ‘어떤 사람’은 족장들의 삶에 어떤 개연성, 혹은 필연성 없이 나타나고 사라집니다. 이들은 짧지만 결정적인 만남을 통해 족장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하나님의 역사가 흘러가게 합니다. 이름 없는 하나님의 사자들이 ‘어떤 사람’인 것입니다.

우리 삶에도 우연한 만남, 예기치 않은 대화, 급작스러운 사건들이 다가옵니다. 그중에 몇 가지는 아마도 하나님께서 우리 삶을 돕기 위해서 ‘어떠한 개연성’ 없이 우리 삶에 베푸신 은혜일 것입니다. 족장들에게 찾아왔던 ‘어떤 사람’이 지금도 우리에게 인과성을 넘어서 찾아옵니다. 이들은 우리 삶을 위기에서 구출하기도 하고, 고통으로 밀어 넣기도 하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할 때인지를 알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닌 지혜와 지식, 판단과 방법으로는 하나님의 길을 따라갈 수 없을 때, 하나님께서는 적절한 은혜를 언약백성에게 베푸시는 것입니다. 이런 하나님의 열심을 우리가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길 축복합니다.